한지훈, 그의 외로움에 눈물이 났다.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기에 안도의 눈물과 함께. 손글씨로 쓰여진 편지를 써 본적이 오래 되었다. 이제는 악필이라 할 정도로 글씨가 삐뚤삐뚤한데 "왕년에는 나도 글씨가 예뻤다"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다.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표를 사두고 거의 쓰지 않아 가격이 올라 몇 개를 덕지덕지 붙여야 보낼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젠 우표조차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와 택배를 보내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너무 편한 것만 찾게 되었나 보다. 그가 여행에서 만난 이들에게 주소를 묻는다. 편지를 보내고 답장이 집으로 오면 또 답장을 쓴다는 핑계로 여행을 끝내려 했지만 좀처럼 편지는 오지 않는다. 나에게도 그가 주소를 묻는다면 경계하지 않고 흔쾌히 주소를 불러줬을까? 아니 사기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의 편지를 받았다면 참 반가웠을텐데, 국내여행을 하는 그는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여행을 한다. 이래서야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싶기도 한데 길 위에서 만나 인연을 맺는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는 그를 보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다니는 이 여행이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다. 한참만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나의 마음속에 슬픔이 차 올라 기어이 눈물이 났지만 숫자로 사람들을 기억하는 그에게 처음부터 '정'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맹인견과 함께 한 3년이라는 여행, 그동안 그에게 '와조'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정말 와조만이 가족이었을까? 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기억 등 모든 것들이 마음속에 담겨 있는데 여전히 외롭다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아니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한 통의 편지로 인해 그는 하루를 버틸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통해 드디어 살아갈 의욕이 생겼다.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라는 형의 말에 따라 앞으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칠 때면 그가 떠오르겠지. 이제 조금은 행복해졌을까? 덜 외로울까? 부디 사람들의 소식이 끊기지 않고 그에게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