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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도대체 "카인의 징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눈 앞에 실물을 보여줘도 이해가 갈지 의문이다. 분명 존속살인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거짓의 서"인지 "진실의 서"인지를 주인공이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오히려 슈퍼맨의 탄생비화에 더 중점을 둔 느낌이 든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지막 책장에 이를때까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예언자는 누구일까였다. 칼의 아버지일까, 스코티일까. 살인병기인 엘리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예언자라는 존재가 칼에게 위협적인 존재였기에 칼의 아버지와 세레나는 칼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예언자의 존재에 대해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나오미 또한 엘리스와 함께 칼의 뒤를 추격함으로써 사건에 긴장감을 선사하여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정말 카인이 아벨을 죽인 무기인 책을 찾는 것이 칼의 운명인 것일까.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고 이 위험한 사건에 빠져들게 되면서 칼이 늘 가지는 의문은 아버지는 그 많은 세월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으며 왜 이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보다 더 탁월한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일까 하는 거였다. 혹 예언자가 아닐까 다그쳐도 보았지만 아버지는 아주 순수하게 아들과의 관계에만 신경쓰는 존재로 자신을 보여줄 뿐이다. 거기다 세레나의 존재는 어떻고? 도대체가 왜 이 사건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작가는 등장인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 따윈 해주지 않는다. 이러니 모호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모호한 사람들을 대면하는 느낌만 들 뿐이다.
툴레회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까. 칼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풀어내고 싶었을 것이고, 나오미와 스코티와 칼을 엮어 긴장감을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고, 세레나와 아버지와 칼을 통해 사랑 또는 새로운 삶에 대해 말하고자 했을 것이고, 엘리스와 툴레회를 통해 공포심과 긴장감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나 이 모든 것이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계속 흩어지는 느낌이 들어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곤혹스러웠다. 거기다 슈퍼맨의 탄생까지 손을 댔으니 "카인의 징표"를 찾으려던 애초의 목적은 희미해지고 그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칼의 아버지가 칼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툴레회가 무엇을 쫓아야만 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카인의 징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초의 존속살인이라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온통 낯선 느낌에 당황하지 않을까. 최초의 존속살인 이후 비극적 가족사의 비밀을 통해 이 '카인의 징표'를 풀어내려 한 결과는 조금 미흡하다는 것이다. 한 번 더 읽으면 '카인의 징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눈 앞에 그려낼 수 있을까. 그거야 알 수 없는 일, 더 헷갈려 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그 목적조차 잊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