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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ㅣ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사건을 풀어내는 핵심 인물일거라 생각했는데 화광 김진이 주인공이었나 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이 물론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묻혀버릴 수 있는 일을 김진이 범인을 밝혀내어 사건을 깨끗하게 해결해 버리니 김진을 축으로 "열녀문의 비밀"이 무엇인지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정조의 특명으로 거짓 열녀 적발을 위해 적성에 내려가게 된 이명방과 김진, 왜 이렇게 이 사건에 집착하며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결하려고 하는지 정조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백탑파 인재들이 세상밖으로 나와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와도 관계가 있는지라 김진이 정조와 직접적으로 부딪쳐 보지만 역시, 신분의 벽을 깨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남는 것은 허허로운 마음 뿐.
마을 전체가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 김아영에게 내리는 열녀문, 이는 가문은 물론이고 그 고을에도 경사스러운 일인데 김아영의 삶을 쫓아가다 보니 분명 그녀는 열녀문을 내려야 할 마땅한 인물로 여겨지지만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의혹이 짙게 깔려져 있어 김진과 이명방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전에 전설의 고향을 통해 열녀문에 얽힌 이야기를 보았음일까 나는 내내 김아영을 죽게 한 인물이 시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며느리를 겁탈하여 자살한 것이 아닐까 추측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체 김아영의 죽음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마을 전체일까. 시신의 상태를 보고 그 사인을 밝혀내는 것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탐문을 통해 알아내야 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서로의 꼬리를 물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처음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어 사건은 점점 미궁속에 빠져든다. 허나 김진이 누구인가. 김아영의 사건은 물론이고 이방과 나졸들의 죽음 또한 그의 손에서 해결이 되어 버리니 도대체 이 사람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놀라게 된다. 적성에서 일어난 또 다른 살인사건, 모든 일들이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파헤치다 보면 연결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타나는 인물 때문에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이 일로 억울하게 죽은 이도 있어 마음이 좋지 않다. 결국 한 사람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고 또 그 사건이 해결된다는 점에서 김진은 물론이고 나 또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김진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명쾌하게 풀어냈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아영에게 열녀문을 세워줘야 한다 주장한 김진은, 유리창에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탑전에 나아가 김아영을 위해 한 자신의 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을까, 계속 똑같은 의견을 주장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이에 대한 답은 김진만이 알 것이만 한 여인의 삶에 애처로움을 느끼진 않았을까. 거짓 열녀문을 받은 사람들 중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이도 있을텐데 남편이 죽고 종사한다는 것이 여인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일이었겠는가. 강요된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여인들의 '한'이 열녀문을 세워줬다고 사라졌을 것인가. 귀신이 되어 그 집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