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 베이비북 세트 1 - SET 1 인지 놀이 세서미 비기닝스 Sesame beginnings 13
세서미 워크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영어라고 처음 접해 본 것이 아마도 중학교 들어가기 전일 것이다. A, B...부터 공책에 쓰기 시작했는데 친구네 오빠한테 배웠던 것 같다. 열네 살이 다 되어서야 외국어를 익히게 되었으니 발음이 유창하는 것은 고사하고 머릿속에 단어를 외우는 것조차 힘이들어 평생 새해 계획으로 "영어공부를 하자"고 넣을 정도로 외국어에 대한 압박감만 커져갔다. 요즘에는 영어를 접하는 시기가 점점 어려지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도 하는데 놀이를 통해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해 놓아 아이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놀이로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해 줬다면? 그래도 아마 영어는 영어일 뿐, 놀이라고 인식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 술래잡기를 하면서 해가 지도록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에는 이것만큼 나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없었으니 말이다.

 

네 권의 보드북과, CD, 그리고 DVD를 손잡이가 달린 가방처럼 들 수 있는 공간에 모아 놓았다. 첫 단계인 인지놀이의 주제를 보면 아기가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고, 유모차를 타고, 낮잠을 자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이를 영어로 표현해 놓았는데 세상에 태어나 아기가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아기에게 이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하지만 두통도 함께 동반되는데 이는 영어에 대한 나의 거부감, 또는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 아기와 함께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보자 다짐했지만 역시나 꼬부랑 글씨에,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은 혈압만 높일 뿐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일, 아기에게 공부하란 잔소리 또는 영어를 일찍 접할 수 있게 해 주자는 생각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적절한 시기가 다가오면 어떤 교재를 통해 아기가 영어와 친숙하게 지낼 수 있을지 그 첫 단계는 부모들이 정할 수 밖에 없어 그 교재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세서미 베이비북"이라지만 이제 초보엄마가 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라 괜찮다고,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며 재미있어 한다는 말에 선뜻 손을 내민다. 아기가 인지놀이를 떼고 다음 단계로 넘어 가게 된다면 이 책에 충분한 흥미를 보여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교재 선택에 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아기가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놀이북으로 인식하길 바라게 되지만 다음 단계에도 이 책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알차게 꾸며 놓아 안심이다. 책에 쓰여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그림을 통해 책 속의 아기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어 아기가 볼 수 있는 보드북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굳이 공부라는 인식을 주입시키지 않은 채 CD를 틀어놓아 자연스럽게 귀에 흘러가도록 해 놓는다면 아기도 언젠가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극성엄마가 되지 말자고, 공부하란 잔소리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어느 정도 교육의 기초는 닦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한글을 다 떼는 아이의 모습에 감격하고, 영어 한 단어라도 발음하게 되는 날이면 가슴이 벅차오르며 막 자랑하고 싶은 그 날이 오길 바라는 것을 보면 꽤 극성엄마가 될 조짐이 보이긴 한다. 내 아이만은 누구보다 대단해 보일 것이니 구구단을 다 외우는 모습 뿐 아니라 태어나 홀로 서는 모습, 홀로 걷는 모습에도 감격하게 될 것이다. 영어로 인해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왜 난 어릴 때부터 배워주지 않았느냐는 원망은 듣지 않았으면 하기에 아기가 처음 접하게 될 이 책들이 훗날 아기의 꿈을 이루어주는 존재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자면 아기보다 먼저 내가 이 책을 익혀야 할 터인데 영어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아직 늦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참 외국어 공부는 쉽지 않은 문제다. 또 두통이 오려고 한다. 이미 나는 영어가 놀이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어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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