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간략한 책 내용을 살펴본 후 '이제는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어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패트릭을 전혀 모르는, 감옥에 갇혀 있는 살인범이 패트릭을 만나기를 요청한 것은 아니어서 나의 관심을 끌긴 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사건은 꼬여가고,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아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패트릭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내게 되는데 그에게 소중했던 사람들 중 정작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람은 '필립'이었다. 앤지와 전남편 '필립'의 존재에 대해 먼저 읽었던 켄지 & 제나로 시리즈 "가라, 아이야, 가라"와 "비를 바라는 기도"에서 어떻게 언급이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제대로 읽지를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식의 결말이었다면 앤지가 패트릭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이 어떤 존재인가. 앤지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사람이건만 앤지를 위해 그가 한 행동은 나조차도 가슴이 아파서 내내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이코 살인마 알렉이 정말 연쇄살인을 저질러서 감옥에 갇혔는지, 왜 알렉은 패트릭을 만나고자 했으며 어린시절부터 함께 한 패트릭과 가까운 사람들이 왜 연쇄살인의 희생자가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일 것인데, 솔직히 현재 연이어서 발생하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을 때 지금까지 해 왔던대로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면 되었을 그가 왜 굳이 지금 연쇄살인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렉을 위한 복수였을까? 그의 입장에서는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텐데, 스스로 놓아 버릴 수 없어 자신을 밝히고 이제 모든 끈을 타의에 의해 놓아버리고 싶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연쇄살인의 범인은 세 명이다. 현재의 범인을 C라 하자. 물론 공범(이 공범을 B라 생각하고)이 있긴 하지만 이름을 밝힐 순 없으니 주 범행을 저지르는 이를 C라 정하자. 범인 C는 마지막 희생자로 앤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이는 패트릭을 철저하게 무너지게 하기 위한 계략인데, 왜지? 나는 자꾸만 묻고 싶어진다. 왜 이러는 것인가. 알렉과 다르게 범인 C는 패트릭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철저하게 그를 파멸시키려 든다. 물론 이 끔찍한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것이 패트릭이었다고는 하나 이미 그 이전부터 사건은 터지지 않았었나. 알렉이 시작했던 그 일로 범인 C가 악의 세상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하면 누구든 흥미부터 보일 것이다. 탐정소설의 마지막 사건이 연쇄살인사건으로 마무리 되었을 때 독자들의 호응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이점을 노렸던 것이라면 패트릭과 앤지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때문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도 마음을 정리할 수 없었으니 성공했다 할 수 있지만 모든 퍼즐을 하나 하나 꿰어 맞추었을 때 하나의 큰 축이 어긋나는 느낌때문에 불편했으니 독자들이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 머릿속을 정리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 보낸 패트릭과 앤지의 모습을 통해 선과 악을 따지고 정의를 내세우며 이 책을 읽을 순 없었다. 이유 없는 살인이든, 이유 있는 죽음이었든 모든 죽음은 슬펐으니까. 끔찍해서 입에 담을 수도 없었던 살인현장에 대한 묘사때문에 가슴이 아팠으니까. 모든 것이 떠나버린 패트릭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앤지와 패트릭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또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될 미래가 보여서 이 사건의 마지막이 더 쓸쓸하게 느꼈졌기에 나는 또 그들의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아닌 정의를 위해 싸우는 패트릭과 앤지, 부바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