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은 대체 이 시대가 몇 년도이길래 지문감식도 하지 않아 범인을 놓치는 것인가 하는 거였다. 음, 그러나 사건 발생일이 1952년이면 그럴 수 있겠구나, 수긍하게 된다. 하지만 어리숙하고 착해보이는 외모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로 인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피해간다는 것은 마을 사람들을 너무 바보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살인자의 독백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면 좀 더 완벽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스스로 울타리에 갇혀서 완벽하게 살해 계획을 짰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범인이요"라고 보여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 살인자의 행동에 어이가 없고 살해 동기라는 것도 그렇다, 그가 이렇게 살인자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긴 하지만 역시 미흡하게 느껴진다. 딴에는 독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독백들로 인해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범인은 왜 살인을 하는가. 잡혀서 이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것일까. 그렇기엔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은가. 영원히 끊어낼 수 없는 살인에 대한 첫 동기유발자는 이미 자신의 곁에 있지 않다. 제 2, 제 3의 살인을 저지른다 하여도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떠했던가. 아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들을 마을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은 자신의 품 안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묻어둘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실제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범인의 병이 낫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악'은 없어지지 않아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살인,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지 않아도 제어하지 못하고 계속 살인을 저질렀다.  

 

선하게 웃는 범인을 바라보면서 독자들은 무서움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범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기에 이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오로지 왜? 왜? 왜? 누구라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살인을 저질렀나에 관심이 쏠릴 뿐이다. 명확한 증거를 들이대면서 범인을 향해 좁혀오는 수사망, 아마 이것이 이 책의 반전일 것이다. 예상조차 못했던 일이라 깜짝 놀랐기 때문인지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과 같은 종족이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이 속에서 또 다른 불행을 찾아내지 않을까. 일단 이 연쇄 살인마를 잡은 것만으로도 이 마을에는 잠깐동안의 평온이 찾아올 것이다. 범인의 생각대로 사람들이 행복해졌을거라고 생각하기엔 모두가 받은 상처가 깊다. 비록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진 못했지만 충분히 공포심을 느꼈으리라. 친절한 범인의 가면이 벗겨졌을 때 모두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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