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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1
모리 에토 지음, 오유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이나 영화를 보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껴 본 적이 언제였던가.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감동적인 장면을 찾아 영화관으로, 책 속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하지 못할 일을 어떤 이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해 내고야 마는 그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물론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는 반면 대부분은 아주 작은 소질이라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이것을 갈고 닦아 세상에 우뚝서게 되는 일을 표현하는게 다반사다. 운명적으로, 어쩔 땐 운에 의해 평범한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뻗어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작위적인 느낌을 많이 받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만들어진 감동이나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무서운 일들이 많이 터지는 요즘 세상이라 만들어진 이야기라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그리워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이브"는 비록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순수한 10대 아이들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세상에 우뚝 서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 공정한 시합을 함으로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다이브",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는데 높이 10미터에서 1.4초의 찰나의 연기를 위해 이렇게 힘들게 연습을 하는지 몰랐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 MDC의 폐쇄를 막을 수 있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 곳에 코치로 오게 된 아사키 가요코로 인해 아이들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심어놓게 되지만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아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진 않아 누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느냐를 놓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요이치, 도모키, 시부키 이렇게 세 명으로 그 후보가 좁혀지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타인에 의해 따낸 요이치가 실력으로 당당하게 따내겠다는 말을 한 후 드라마에서 흔희 볼 수 있었던 최고가 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치졸한 싸움으로 번지지 않아 나의 마음속에도 이들 세 사람 모두를 응원하게 되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최고가 되어야 할 아이들, 물론 이들에게 전혀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이치는 부모에게 능력을 물려 받았고 도모키는 동체 시력을 가졌다. 시부키는 또 어떠한가, 할아버지의 다이빙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는가. 그러나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시합을 통해 이들은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서로를 다독거리며 시합에 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1년 뒤 올림픽은 물론 또 그 4년 뒤의 올림픽에서도 멋진 활약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가슴이 뛴다. 시드니에 누가 가게 될 것인지는 마지막 장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지만 실력이 고만고만한 료와 레이지도 이들과 함께 다이빙을 함으로서 결코 최고의 선수들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땀 흘리며 노력하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까지 녹여 버린다. 빠르게 사건을 전개시키는 작가의 필력에 휘말리다 보면 어느 새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있어 이 아이들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지 보지 못한다는 것에 속상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1.4초의 찰나를 위해 온몸이 멍들고 다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다이빙의 세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했다. 물론 물에서 함께 호흡하지 않은 내가 오롯이 그들의 열정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올림픽 출전권은 단 한 명이 가질 수 있지만 시합을 마친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다음 시합을 위해 또 열심히 노력할 그들이기에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훗날 또 같은 무대에서 실력을 겨룰 그 날을 기다릴 것이다. 그 때를 위해 지금도 아이들은 높이 10미터에 서서 물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