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탐정 '마이크 해머'를 보면 데니스 루헤인의 책에 등장하는 '패트릭'과 '앤지' 생각이 많이 난다. 패트릭과 앤지는 사건을 함께 풀어가며 죽을 고비를 무수히 넘긴다. 마이크 해머도 미녀 여비서 벨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모두 혼자서 처리한다. 마이크의 이런 점은 패트릭과 앤지의 모습과 다르긴 하지만 '정의'를 위해 가차없이 총을 쏠 수 있는 배짱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마이크는 친구 '잭'이 살해 당한 것을 알게 된 후 범인을 잡으면 직접 처단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전쟁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잭에 대한 의리지만 성격상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것 같다. 법정에서 죄를 지은 녀석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스스로 처단하겠다는 굳은 결의가 보인다. 이런 모습이 멋져 보여서 늘 아름다운 여자들의 유혹을 받는 건가. 이해가 안가긴 하는데 뭐, 나도 내 곁에 마이크가 있다면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딪쳐오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행동과 마이크의 행동은 솔직히 너무 가벼워 보이긴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샬럿의 행동이 제일 이해가지 않았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 이야기를 내뱉는 것을 보면서 "이거 진심이야? 장난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여인을 요주의 인물로 메모를 해 놓는다. 여비서 벨다의 마음이 가장 순수해 보이는데 왜 마이크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것일까. 벨다와 마이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번에는 제대로 짚었는가 하면, 물론 아니다, 라고 말해야겠다. 살짝 마지막장을 들춰보았는데 그 때 등장한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했었으니, 범인이 누구라고 나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마이크는 왜 범인에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마이크는 내내 범인을 자신이 처단하겠다는 말을 했기에 스스로 범인을 알아내고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잡자 스스로 처단해 버린다. 그렇기에 잭의 죽음에 이여 계속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설명에는 헛점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궁금했던 나로서는 이렇게 끝나는게 아쉽기만 하다. 마이크가 처음부터 궁금해 했던 '살해동기'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왜 살인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욕망으로 인해서? 물론 살인사건에 꼭 동기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명의 희생이 있었으니 무언가 이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마이크와 마지막으로 대면한 범인의 행동 또한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그 마음속에는 어떤 말들이 숨겨져 있었는지 이왕 마지막 가는 길인데 변명할 시간이라도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잭의 원수를 갚는 마이크의 멋진 모습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았는데 이런 점이 많이 아쉬웠다. 다음 권에는 좀 더 멋진 모습의 마이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