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달의 문.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이 달의 문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일이란 대체로 "~했더라더라"고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기월식이 일어났을 때 나의 눈 앞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해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술처럼, 어떤 트릭에 의해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지 않았을까. 7월 16일, 22시 30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에 꼭 필요한 이시미네 다카시가 유괴사건의 용의자로 잡혀간 상황이라 이시미네를 오키나와 나하 공항으로 데려오기 위해 마카베, 가키자키, 사토미는 세 사람은 비행기 납치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탈출경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납치범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비행기내 화장실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으로 인해 비행기 납치극이 갑자기 밀실 살인사건을 밝히기 위한 장소가 되어 버린다. 이래서야 무엇이 중요한 사건이 되는지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겠는가. 아이를 인질로 잡힌 부모들의 행동은 초반 납치극이 벌어졌을 때 잠깐 보여줄 뿐 그 뒤부터는 납치범들과 이들이 내세운 자마미군과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또 한 사람인 '마리'와 계속 화장실 앞에 모여서 밀실 살인을 풀어나가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은 지극히 일본소설 다워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간혹 영화에서 군인들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으로 무장하고 비행기 납치극을 벌일 때 긴장감이 고조되던 것에 반해 "달의 문"은 오로지 화장실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납치극을 벌린 듯 착각하게 만들어서 지루해진다.

 

자마미군 나름대로 비행기 납치극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마카베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승무원에게 정보가 들어가게 만들거나 납치범 세 사람을 분열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을 밀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납치극의 끝에 서서 이 사건을 아주 명쾌하게 해결함으로써 이들과 공범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이시미네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일까. 납치범의 요구대로 이시미네가 이들과 합류했을 때 납치극은 그저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 사건이 되어 버리고 이제야 이시미네를 내세워 하고자 했던 일의 서막이 열리게 되긴 하지만 납치극이라는 것이 선한 일은 아니니 그 끝이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지면을 밀실 살인을 풀어내는데 쓰고 진정한 목적이었던 이시미네가 왔을 때 벌어진 일은 단 몇 장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갑자기 허무해진다. 

 

비행기 납치, 밀실 살인, 판타지라는 세 가지를 다 잡을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만 몰두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납치극이긴 하지만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고 밀실 살인이지만 오로지 자마미군의 머릿속에서 해결 가능한 사건이었다는 점과 달의 문을 통해 이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바가 판타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잊혀져 버렸을 것 같다. 이제는 이 사건의 중심에서 함께 했던 자마미군만이 그들을 추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날 곳곳에서 사라졌다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과학적으로 입증할 순 없지만 이들을 통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말할 순 있을테니 납치극이 완전한 실패로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것으로 납치범들은 만족했을까. 아니, 스스로 결정한 결말이 너무 아쉽게 느껴져 억울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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