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의 추리 스릴러 단편들을 만난 시간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단편의 특성상 여운을 느껴보기도 전에 마무리가 되어 버려 뭔가 빠진 듯한 아쉬움에 각 단편들마다 조금씩 쉬어가야 머릿속을 정리해 보지만 역시 서운한 마음이 든다. 강한 느낌을 받은 단편이라면 전건우님의 [노멀 맨]과 강지영님의 [살인자의 쇼핑 목록]일 것이다. 살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그 끔찍함에 가슴이 서늘할 정도여서 다른 단편들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시리즈들을 보면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또 저런 내용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그 끔찍함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점점 아무렇지 않게 보게 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범인에 의해 희생된 사람을 보는데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마다 챙겨서 보게 된다는 것이. 내가 피해자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점점 끔찍해지는 살인사건에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니 사람 마음처럼 무서운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좀 더 완벽한 트릭, 반전을 기대한다. 박지혁님의 [두 명의 목격자]를 통해 죽은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단편보다 이대환님의 [보물섬 스트라이크! 볼링게임]처럼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조금은 가벼운 단편보다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노멀 맨]과 [살인자의 쇼핑 목록] 등의 단편을 선호한다. 나는 왜 이런 내용의 단편들에 관심을 가지는가? 선과 악을 구분짓고 범인이 벌을 받는 것을 원해서도 아니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끔찍한 죄를 저질러도 죗값을 제대로 받는 사람이 있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서도 가벼운 벌을 받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다. 추리, 스릴러 단편들속에서 범인이 누구다...라고 밝혀진다고 해도 이 범인이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의 내용이 담기지도 않는다. 단지 희생자가 있고 범인이 있을 뿐이니 선과 악을 논하기 위해 읽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일까. 왜 이렇게 허구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가슴 서늘한 공포에 손을 뻗게 되는 것일까. 나의 마음속에도 '악' 숨겨져 있는 것인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그 내용들이 선사하는 서늘함의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2", 마지막 책장을 덮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 탓일 것이다. 나는 점점 더 강렬한 내용을 원하게 될 것이고 단조로운 일상을 담은 내용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움조차 내게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오직 10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니 혹자는 이기적이다 할 지 모르지만 누구나 단편들속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나와 무관하다 생각하기에 책에 손을 뻗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허구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다독거리며 읽어야 하리라. 단편들과 단편들사이에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