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4 - 몽골.중국.티베트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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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사 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황금어장"을 보고는 마음속에서 불끈 열정이 확 피어나 뭔가 저질러 보자 싶어 이 책을 들었을텐데 이놈의 열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손아귀에서 도통 보이질 않는다. 그저 부러워만 하는게다. 배낭 들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녀를. 나의 꿈이란 고작 이런 것인가 보다. 늘 이렇게 말해왔었다. "나이가 조금만 젊었어도...했을텐데"라고. 하지만 이 변명이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글귀가 마음속에 박혀 떠나질 않는다.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의 여정이 끝나간다. 이젠 몽골, 중국, 티베트다. 꽤 오래전에 이 글을 썼으니 그녀가 본 이곳도 많이 변했을까. 오지만 찾아다녔으니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아직은 순박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손때 묻은 손으로 음식을 줘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고 먹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긴다. 화장실에 전대가 빠져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를 보면서 마음이 참 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실크로드는 사실 학창시절 잠깐 배웠을 뿐 실제 어떤 곳인지 자세히 잘 알지 못한다. 말도 타지 못하는 내가 낙타는 타고 싶은 것을 보니 책을 읽는내내 부럽기만 한 모양이다. 유명한 곳이나 경치 좋은 곳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사람냄새 나는 곳을 돌아보고 온 작가를 보면서 에이, 사람들은 여기도 많은데,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 모습의 그녀는 솔직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의 발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속에서 웃는 그녀의 모습에 더 정감이 간다.

 

두만강을 앞에 두고 눈물이 났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지 못하는 땅을 앞에 두고 서러워지는 마음을 알 것 같다. 손을 뻗으면 닿는 가까운 거리건만 한국에서 왔다면 남한이냐, 북한이냐의 질문을 받아야 하는 우리네 사정이 서글프다. "통일"을 염원하며 끝맺는 그녀의 글을 보면서 어쩌면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여행의 끝은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꿈을 가지고, 열정을 살아가는 한비야, 친정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하건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사는 엄마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죽는 순간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 또한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노력해 보고자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면 시작은 괜찮지 않은가. 무엇이든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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