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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엔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1
윌리엄 요르츠버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대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머릿속이 멍하다. 기막힌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세 번 이상 읽었음에도 머릿속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려나. 어느 날 사립 탐정 해리 엔젤에게 자니 페이버릿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계속적인 탐문에도 별 성과가 없어 지루하게 책장만 넘길 뿐이었는데, 늘 해리 엔젤보다 한 걸음 앞서 살인을 저지르는 존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자니 페이버릿일까? 그나저나 대체 자니 페이버릿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 책은 자니 페이버릿을 찾아야 끝날 모양이다.
해리 엔젤에게 자니를 찾아달라 의뢰한 사이퍼, 그는 왜 자니를 찾아야 했을까. 해리는 자니가 '부두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악몽을 꾸는 등 점점 어둠의 세상으로 잠식해 들어간다. 저렇게 사람들만 만나다가 자니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되더니 역시 모든 퍼즐을 맞추긴 맞추더라. 나는 해리가 이야기해 주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대체로 음산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오멘"이라는 책을 통해 '666'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어서일까, 부두교를 언급하며 등장하는 이 숫자 '666'은 이 책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드는데 한 몫 한다.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처참한 상태,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부분을 읽으며 내 심장 박동 소리가 괜찮은지 손을 대어 만져 보아야 했다. 해리가 자니 페이버릿을 찾아야 하는 숙명은 이해했으나 사이퍼가 왜 자니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사이퍼는 자니에 대한 것을 그냥 그대로 묻어두어도 되지 않았을까. 자니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이 하나 둘씩 죽어갈 때마다 긴장감은 커지지만 자니는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사이퍼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말대로 자니의 생존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인 자니를 없애려는 목적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영화로 만나면 시커먼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다. 부두교 의식은 그만큼 끔찍했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꽉 들어찬 음습함은 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악마, 영혼 등을 다루고 있어 사립 탐정인 해리가 눈 앞에 보이는 실체를 쫓아다니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는 즈음 아마도 눈치 빠른 사람들은 자니가 누구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죽지 않는 존재처럼 온갖 위험을 피해가는 해리를 보면서 그가 알게 된 모든 진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진정 이것이 끝일까. 어둠이란, 찬란한 빛과 함께 하니 결코 없앨 수 없다. 이 어둠속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법, 또 다른 새로운 인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뒷골이 서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