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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들이 있을까. 타인들에게 자기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던 뚱뚱한 그녀들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다이어트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목표, 같은 장소에서 만난 그녀들이건만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서로를 할퀴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했다. 누가 그녀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평생을 날씬한 몸매에 대한 동경을 갖고 살아 갈 나도 그녀들에게 어떤 말조차 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에게도 진심이 담긴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그녀들의 삶에 감동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여기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짊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정연두'란 인물이 내뱉는 독백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음식을 맛보고 끊임없이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 그녀가 자신의 불어난 몸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녀 또한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자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애인에게 차였다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자신을 벼랑끝까지 몰아간 사람은 분명 자신이었다. 실연을 당한 연두가 시후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중에 연두가 시후에게 잘못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왜 이런 일로 괴로워했을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곤혹스러웠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큰 감동이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다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그랬다.
자신안으로 꽁꽁 숨어버린 정연두, 세상밖으로 스스로 걸어나오기 위해 큰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녀는 잘 해내고 있다. 새롭게 찾아오는 사랑, 그녀에게 핑크빛 사랑이 피어나고 있음을 나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으며 살이 찌는 것이 인생의 실패와 같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녀에게 "잘했다"며 어깨를 살며시 안아주고 싶었다. <다이어트의 여왕>의 타이틀이 큰 성공을 보장하고 있진 않지만 분명 혜택이 있었고 받은 것 못지 않게 빼앗긴 것도 많았다. 아직도 그 누구는 정연두를 시샘하여 그녀의 모습 하나 하나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그들속에 서 있을 자신이 생겼다. 음식으로 감동을 주고 싶었던 정연두가 선택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야 제 각각의 마음을 지녔다 하더라도 말이다.
<다이어트의 여왕>에 등장한 많은 이들이 자신을 보여주며 고백한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했으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어 나 또한 이들을 싸늘한 눈길로 응시하던 한 사람의 시민일 뿐이었음을 자각했다. 정연두처럼 모든 것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가슴 따윈 없었나 보다. 착한 연두에게 드라마에서 일어날법한 멋진 성공의 나날들이 펼쳐졌다면 어땠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에 이질감을 느꼈겠지만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의 성공을 부러워하지만 이것에 대한 동경이 있기에 늘 로맨스를 꿈꾸는 나에게 "다이어트의 여왕"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이 안쓰러워 한동안 책을 덮고 나서도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참,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