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트리고이"

밝고 높은 음의 목소리가 아닌 낮게 깔린 아주 음침한 목소리로 조용히 내뱉어야만 할 것 같은 단어다. 뱀파이어란 뜻을 지닌 이 단어가 처음에는 생경스럽겠으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트와일라잇'의 열풍으로 뱀파이어에 대한 로맨틱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음일까. '블레이드'의 분위기를 보이는 "스트레인"은 나를 결코 죽이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뱀파이어에게 배신이라도 당해 그들처럼 변종 바이러스를 일으키게 된 듯 공포심을 증폭시킨다.

 

현대문명이 발달할수록 관료주의란 것이 늘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이미 한 마을이 초토화 되어서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미 손 쓸수도 없을정도로 사태는 악화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바이러스를 일으킨 사람들을 처단할 수 있는 권리를 누구든지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정당방위를 내세우기엔 양심이란 것이 선뜻 나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으니까. 좀비들을 베어나가며 자의식마저 흔들리는 에프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 해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이미 죽었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자신의 먹이를 찾아 온다?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본능이라고 보면 될까? 어떤 이유이든 첫 희생자는 대체적으로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는 더 커지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슬에 묶어 버린 앤셀 바버를 보면 가슴까지 먹먹해지고 만다.

 

흐르는 물을 건널 수 없는 스트리고이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존재는 누구인가. 스트리고이들이 가장 잔혹한 존재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인가 보다. 스트리고이들도 처음엔 인간이었겠지만.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담고 있는 듯 여러 사람들을 등장시켜 가며 시선을 이동시키는 "스트레인"은 이곳에 등장하는 이름 있는 사람들이 결국엔 희생자가 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힘겨워지게 된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죽고 비행기마저 죽은 것 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첫 장면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글을 읽어나갔던 그 때가 얼마나 평온한 때였는지 깨닫게 된다.

 

아직 스트리고이와 인간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인가. 그 어떤 모습이든 촉수를 뻗어오는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무기, 그리고 강인한 정신과 육체뿐이다. 내가 스트리고이가 될 것인가, 그들을 죽이고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삶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보다 더 난해한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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