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인도 내무장관의 아들 '비키 라이'가 살해된다. 용의자는 6명(물론 비키 라이는 공공의 적으로 누구나 죽이고 싶어 했을테니 심적으로야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겠다.) 이 사람들은 총을 지닌 채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으로 용의자로 지목되긴 하지만 나름대로 비키 라이를 죽일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 이들이 어떻게 이곳에 모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사건 조사기자인 아룬 아드바니는 분명 죽을만한 자가 죽었지만 누가 비키 라이를 죽였는지를 밝혀내야 하는 진실이 중요하다며 독자들에게 그저 지켜봐 달라는 말을 전하고 있으니 그의 말대로 우리는 그저 잘 지켜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범인이 누구인지 6명의 용의자들의 동기를 파헤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추리소설의 한 장르였다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조사하고 쫓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겠지만 이 책은 너무도 단조로운 용의자들의 일상을 하나씩 짚어감으로써 독자들이 순간 순간 비키 라이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목적을 잊게 만든다. 비키 라이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해 주는 동시에 용의자들이 비키 라이의 죽음으로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극적 반전의 즐거움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6명의 용의자들 중 가장 억울한 용의자를 말하자면 소안다만제도 최후의 부족인 옹게족 청년 '에케티'일 것이다. 아마 가장 순수했기에 그의 삶이 더 애처롭게 느껴질 것이다. 6명의 용의자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이유를 가지고 비키 라이의 곁으로 모이게 된다. 그를 죽이기 위해 온 사람도 있고,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온 사람, 그가 가진 물건을 훔쳐가기 위해 온 사람 등 모두들 절박한 이유때문에 이곳에 모였지만 비키 라이를 죽인 사람은 분명히 있다. 아룬이 처음부터 6인의 용의자라고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과연 누가 범인일 것인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분명히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속에서 겨우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긴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역시 비키 라이의 죽음이 인류 평화를 안겨준다는 아주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도 그의 죽음은 결코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의 죽음으로 많은 이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며 이 상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룬 아드바니가 원한대로 진실이 무엇인지 모두 밝혀졌나? 그래서 사회정의가 실현되었나? 새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변화의 시작되었으니 조금씩 세상이 바뀌게 되겠지. 6인의 용의자들의 삶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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