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죽음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8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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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인 소설'이라는 책소개를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받았던가? 나는 에드워드가 니콜라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심리 소설이라고 느꼈다. 에드워드의 통쾌한 복수도 아니다. 너무도 간단히 끝나 버린 사건으로인해 오히려 독자들까지 허무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에드워드의 의지가 들어간 것은 그저 니콜라를 파멸로 가는 길을 이끌어 주었을 뿐 어디까지나 그 이후의 선택은 니콜라의 몫이었으니까. 에드워드의 첫사랑 야스미나의 죽음, 어린 나이이긴 했지만 그녀가 왜 죽었는지 알아봤어야 했다. 오랜 세월동안 자신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 에드워드를 보면서 그 많은 시간동안 괴로워하면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진 니콜라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에드워드, 니콜라의 재능을 부러워한 에드워드의 복수를 그렸다면 그의 복수에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 물론 처음에 에드워드의 니콜라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의 의도를 알지 못했을 때는 그가 이 이유로 니콜라를 해하려 한다고 생각했기에 에드워드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오히려 니콜라의 재능이 부러워 그에게 복수를 했다는 설정이 더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드워드와 니콜라의 모든 관계가 밝혀지는데는 그리 많은 지면이 필요하지 않다. 어린시절부터 알아온 두 사람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히려 잔잔한 일상에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지지만 에드워드의 치밀한 복수가 시작되면 그 때부터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게 된다. 에드워드에게 야스미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칠 정도로 사랑한 여인?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정말 사랑한 여인이었을까? 아니 에드워드에게 단지 이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니콜라를 파멸시킬 이유 말이다. 타인이 쓴 글을 판단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에드워드는 자신의 인생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생까지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이 글을 쓰는 재능을 가지지 못한 에드워드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였을테니까.

 

모든 것이 끝난 지금 에드워드의 인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지만 여전히 그가 하는 일은 자신의 작품을 쓰기 보다는 타인의 글을 옮길 뿐이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버려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오랜 세월동안 에드워드를 놓아주지 않은 일이 해결되어 후련한 마음도 든다. 니콜라의 죽음으로 얻은 것이 없는 에드워드를 보며 지난 세월동안 자신이 살아온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삶의 의미를 놓치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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