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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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책을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가슴속에 일어나는 감동을 명확한 언어로 잘 설명해 줄 순 없지만 나의 삶도 아주 조금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삶이 변하는데는 아주 큰 사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문장이나 다른 이의 삶을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고 사랑받지 못하던 사람이 어느 날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봄바람이 불 듯, 코를 간지럽히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그것이 이 '메신저'의 힘이다.

 

밥 딜런과 살바도르 달리는 열아홉에 이미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지만 지금 열아홉 살인 에드 케네디는? 그저 평범하게 냄새나는 개 '도어맨'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택시 운전을 하고 있지만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고 오드리에 대한 사랑도 그는 전혀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친구 리치와 마브 그리고 오드리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지극히 단조롭기만 한데 어느 날 에드에게 뜻하지 않게 주어진 '메신저'로서의 역할은 그의 삶을 조금씩 바꿔 버린다. 책을 읽는 나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그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그럼 난 열아홉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것인데 누구나 아마 다들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겠지. 성인이 되는 그 날을 위해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난 어떤가? 이것이 '메신저'에서 나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건 큰 행복일 것이다. 아직은 나에게 기회가 있고 평범한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일이라면 다른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에드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계획했다면 이미 이 일을 계획한 사람도 삶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으니 운명이란,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에드가 받게 되는 카드에 적힌 모호한 글들, 이를 유추하여 사람들의 곁에 다가가는 에드를 보면서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으로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의 순수한 마음이 부러웠다. 때론 얻어맞기도 하고, 때론 에드가 아닌 '지미'로 살아가야 하지만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잊었던 자신의 열정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순수한 마음', '열정' 등 에드가 나에게 던진 두 번째 문제, 나는 에드처럼 다가갈 수 있을까.

 

에드에게 전해질 마지막 카드가 궁금했다. 이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이 누군지, 에드와 오드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새벽까지 이 책을 놓지 못했다. 드디어 마지막 책장을 넘겼지만 명쾌하게 결론 지어진 것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의 삶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될테니까. 그럼 에드는 나에게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가 생각해 보면 '물론, 그렇다'이다. 카드에 쓰여진 지령에 의해 그가 나에게 직접적인 무언가를 해주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충분히 그의 순수한 마음을 받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바뀌어야겠지? 대단한 것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니까. 그럼, 모두들 준비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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