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가라, 아이야 가라"를 통해 만나게 된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 이 시리즈의 4권부터 읽어 무척이나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모습의 두 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전쟁 전 한잔"부터 읽지 않아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서 받은 느낌이 4권, 5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더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5권인 "비를 바라는 기도"는 2권, 3권을 읽은 뒤 읽으려고 아껴두는 중인데 모르겠다, 아마도 곧 읽게 되지 않을까.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작가가 6권도 구상중이라고 하니 5권이 끝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게 되어 사립탐정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치인들이 켄지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정당한 일이라면 경찰서에 갔겠지만 켄지를 찾아온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소부가 중요한 서류를 들고 사라졌으니 찾아오라는 것인데, 솔직히 왜 제나가 중요한 서류를 가지고 사라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왜 중요한 서류를 훔쳐야 했는지, 멀컨과 폴슨이 켄지에게 사건을 의뢰하지만 이미 제나를 죽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기도 했었다.

 

총구가 눈앞에 있어도 시종일관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켄지, 대체 이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앤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겠지만 유명한 정치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그가 대단하다. 자신을 짓누르는 어린 시절의 아픔, 켄지로서는 롤랜드의 아픔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허한 눈빛 속의 영혼조차 사라진 한 아이를 바라보면서 켄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 사건은 멀컨과 폴슨이 원하는 중요한 서류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켄지 자신이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해서 나 또한 앤지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할 수 있는 정의에 대해 분개하기도 했다.  

 

제나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면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꽤 많이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총격전, 목숨까지 위협받는 전쟁속에서 긴장감을 느끼느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지만 후반부에 가서야 켄지와 앤지가 어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책속에서나마 정의가 무엇인지 켄지와 엔지가 독자들을 대신하여 악당을 응징했다는 것에 만족해야겠지만 상처받은 이의 가슴은 그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여기에 대해 생각해 보면 오히려 가슴만 더 답답해질 뿐이다. 세밀한 묘사 덕분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사람들의 모습과 장면들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어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도 책을 읽으면서 느낀 울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휴, 대체 숨을 몇번이나 몰아 쉬어야 이 답답한 가슴이 뚫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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