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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면 혈연관계일텐데 권력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이 혈연관계도 끊어놓는 것일까. 천수를 다 누리고 죽은 왕도 있겠으나 '조선왕 독살사건'을 읽으면서 정적에 의해 독살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왕들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최근 드라마 '자명고'에서 무휼이 아들 호동왕자에게 한 말을 보면 권력의 비정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아들은 정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데서 왕좌란 것이 아버지 밟고 올라서거나 때론 형제나 아들을 밟고서만이 앉을 수 있는, 아니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그 왕좌를 지켜내야 하는 것이 권력의 참모습인 것을 알 수 있다.
왕위의 정통성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으며 왕족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논, 밭 갈며 가족들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득권을 가진 권력자들에 의해 이리저리 쓸려 살아가는 것이 힘 없는 백성들의 인생이지만 한평생 술과 기생을 끼고 살아간 왕족들을 보면 그저 삶이 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드라마 '장희빈'을 즐겨보는 이유가 권력암투의 재미때문인데 일개 궁녀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재미요, 아들을 낳는 것에서부터 권력의 미묘한 줄타기가 시작되는데서 시청자들은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 역사소설에 재미를 붙이면서 궁중암투가 그저 단순하게 왕이 미색을 탐하여 일어난 일이 아닌 당파에 의하거나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속에서 휩쓸려 살아간 여인네들의 한숨소리가 나의 마음까지 슬프게 만든다. 비록 구중궁궐속에서 여인네들이 참으로 치열하게 살다갔으나 그 죽음은 또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우리네 역사를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겠지만 고증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한계가 있어 어디까지를 사실로 보아야 할까 하는 문제가 있다. 대체적으로 '조선왕 독살사건'의 내용도 드라마에서 자주 접해 왔던 내용이라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게 하는데 드라마와 다르게 책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독자들에게 알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조, 소현세자, 효종, 현종 등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혹을 가질 뿐 확실히 독살당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역사를 쓴 이들이 승자라는 이유도 있겠고 그 갑작스러운 죽음 뒤 왕좌에 오른 왕으로 인해 사실이 은폐되기도 한다는 것이 진실을 묻어 버리는 게 만든다.
최근 들어 드라마 '최강칠우'를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소현세자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인종이 가장 비정한 아버지로 그려져 그 권력의 참모습에 섬뜩함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렇듯 왕좌가 피로 물들어 있다고까지 여기게 되어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내가 살기 위해선 누구든 죽여야만 했던 비정한 세상속에서 왕과 사대부들의 권력다툼에 먹고 사는 것마저 힘들었던 일반 백성들의 삶이 겹쳐져 가진자의 행위가 더 무섭고 냉정하게 그려진다. 잠깐 앉아 있다 죽임을 당하더라도 그 왕좌에 앉고 싶은 것이 사람 욕심일까. 죽지 않기 위해 죽여야만 했다고 변명하며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했던 역사속에 이름이 남겨진 사람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아아, 모르겠다. 삶이란 것이 무엇인지. 세상이 만들어지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저 하늘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을텐데, 역사를 알아갈 수록 눈이 시려서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