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책 제목을 보고 추리소설이라 생각했었나 보다. 단편 [행복한 왕자]를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자주 봤었던 이 이야기의 작가가 오스카 와일드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저자가 당시의 사람들에게 좀 특이하고 혐오스러운 동성애자로 불리어졌다는 글을 이 책을 읽기 전에 봤지만 단편소설들을 읽으면서 이런 편협한 시각에 대한 글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어쩌면 이렇게 유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찬탄하며 저자의 이력을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었을 뿐이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아서 새빌 경의 범죄], 맞다 제목처럼 아서 새빌 경이 저지르는 범죄이야기가 맞다. 아서 경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말을 수상술사 포저스에게 들은 후 오로지 사랑하는 시빌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후 결혼을 하겠다 결심한다. 어쩌면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일 수 있을까. 아서 경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하기 보단 거기에 순응하여 오히려 적극적으로 살인을 계획하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이러다 정말 살인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얼마나 정확하게 사람의 운명을 볼 수 있는지 모르지만 포저스는 자신의 운명은 볼 수 없었나 보다. 전과 후를 따져보면 복잡해지기만 해서 아서 새빌경의 범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머리만 아파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그의 완전 범죄로 인해 아서 경은 시빌과 함께 아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이 그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서 얻는 것이라는 생각에 아서 경은 삶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고 시빌을 더 많이 사랑한다. 수상술의 믿음을 논하기에 앞서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아서 경이 이 수상술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 경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맞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아서 경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단지 유쾌하게 이 상황을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가슴이 뻥 뚫린 듯 유쾌하게 웃고 나니 나도 심각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저자의 행복한 글을 읽은 듯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물론 다른 단편들에 마음이 뺏겨 아서 경의 죄에 대해선 금세 잊고 말았지만 말이다. [행복한 왕자] 단편부터는 단편소설이기 보다는 동화책을 읽는 듯 한데 단편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 인간의 사랑을 위해 심장에 가시를 박고 밤이 새도록 노래를 하며 죽어간 나이팅게일을 보며 그 죽음이 인간의 물질적인 욕심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슬퍼 가슴이 아팠다. 가볍게 읽을 동화라고만 생각했다면 단편 [백만장자 모델]을 끝으로 읽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짧은 단편들이 어떻게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지 알고 싶다면 계속 읽어 보기를 바란다. 단편 [캔터빌의 유령]을 읽으면 유령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행동에 처연함마저 느끼게 되고 쌍둥이 형제에 의해 유령이 골탕을 먹을 때면 즐거워지기까지 한다. 캔터빌의 유령이 자신이 저지른 악행으로 안식에 들지 못할 때 버지니아가 그를 어떻게 구원해줬으며 그에게서 받은 보석을 어떻게 얻을 수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아 서운함마저 들지만 이솝우화 같은 단편 [헌신적인 친구]와 단편 [공주의 생일]을 읽다보면 그 서운함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책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단편들속에는 사람이 빠지고서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어떤 이유가 있든 사악한 행동을 하는데 있어 그 중심에 인간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 죽어간 나이팅게일을 보라. 배고파 하는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행복한 왕자 또한 인간의 모습에 반하여 선한 존재로 보여진다. 오해속에 그 사랑을 의심하는 단편 [비밀 없는 스핑크스]는 나도 제럴드와 같이 앨로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란 늘 그렇지 않은가. 편견과 오해, 거짓속에서 홀로 자신을 높여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새나 동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해도 그 행동은 인간의 모습을 닮았을 것이다. 사람들에 대해 논하지 않고는 그 어떤 이야기도 세상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겠지만 이 단편들을 읽으며 조금은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그속에 나도 포함되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