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하쿠나 마타타', 걱정거리가 없다는 말인데 왜이리 이 말이 입에 안붙는지 모르겠다. 주문처럼 계속 외우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스와힐리어가 낯설게 다가오는만큼 아프리카도 멀게만 느껴져서 그런가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
중빈이가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 솔직히 부러웠다. 아마 중빈이의 입장에 서서 마냥 부러웠던 것인데 내가 아이와 함께 훌쩍 떠날 수 있을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모험을 할 배짱이 없어 한편으론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을 떠나자고? 아마도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수십가지는 말했을 것이다. 말라리아가 무서워서, 낯선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라며 온갖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누가 끌고가기라도 하나, 그냥 훌쩍 떠나면 될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여행을 통해 얻는 느낌을 말하고자 하겠지, 하며 가볍게 책장을 넘겼는데 점점 그녀와 중빈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건물들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아닌 그곳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글을 썼을까,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벌써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벌써 그들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느리게만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이 나도 답답해서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울타리 없이 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그들이 있어 이 아름다운 아프리카가 남겨질 수 있었다는 글에는 깊이 반성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사는 도시에 원숭이가 돌아다녀도 포획하여 우리에 가둬둘 우리들이고 보면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 산다는 것이 더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 보다 낯설게 느껴진다.
중빈이가 들려주는 바이올린 선율에 눈을 빛내며 듣는 아이들, 중빈이와 함께 축구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음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돈을 받기 위해 순진한 모습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그렇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었다. "미래가 없다"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면 저자가 그곳에서 느꼈을 상실감에 함께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닭을 가질 순 없지만 계란이라도 먹게 되기를 함께 소원했다. 왜 거짓말을 해서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느냐고, 나에게도 따질 권리 같은 건 없다. 단지 이들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이 이 책에 담겨 있는 사람들처럼 빛날 수 있을까. 돈의 유무를 떠나서 다른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부색이 달라도, 낯선 곳에서 나를 맞이해주는 사람들의 웃음이, 손길 한번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녹인다. 울타리 없이 사자와 내가 함께 놓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곳이 남아 있다는 경외감에 책을 읽는 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이처럼 기린을 담은 사진을 옆사람에게 보여 주기도 하고 사자를 담은 사진에는 정말 이런 곳이 있을까 놀라면서 보았다. 아무리 마사이족이 여행자들을 위해 이 곳에 붙박혀 살고 있다고 해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아프리카만 보았다.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내가 지닌 문명의 껍질을 던져 던지고 미친듯이 춤출 자신은 없지만 아마도 그곳이라면 나도 나를 잊고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