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계 - 중국의 4대 미녀
왕공상.진중안 지음, 심우 옮김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있다. "임금이 혹하여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인데 나는 살면서 이렇게 숨이 멎을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은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대중매체를 통해 "정말 예쁘다"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경국지색'이라니 대체 양귀비, 초선, 왕소군, 서시의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였던 것일까. 여기에 나오는 네 사람중 제대로 아는 인물은 단 한명도 없는 것 같다. '초선'에 대해서는 '삼국지'를 통해 잠깐 만나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동탁과 여포의 이야기에 잠깐 등장하는 것일 뿐, 초선이 태어나서 자라기까지의 성장배경과 그 때의 시대상황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기에 숨막히는 미모로 역사를 바꾸었던 네 사람의 삶이 궁금했다. 

 

'미인계'라......생각해 보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아름다운 그녀들의 모습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름다움을 무기로 자신을 현혹시켰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녀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가고 싶은 그녀들은 뭇사내들의 손에서 자신의 사랑은 커녕 목숨조차 지킬 수가 없었다. 한 나라를 망하게 할 운명이 되길 그 누구도 원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적의 손에 몸을 맡기고 마음마저 그곳에 두게 된 그녀들의 삶이 안타까웠다.

 

당현종의 아들인 수왕에게 반한 옥환(양귀비)는 수왕비가 된다. 그 후에 황후 무혜비가 죽고 당현종은 며느리인 옥환을 곁에 두게 되는데 현종이 임금이라 어느 여자이든 취할 수 있었겠지만 며느리를 곁에 두었으니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데 그 때 양귀비의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임금의 뒤에서 권력을 남용하고 한 여인으로서 현종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딴에는 양귀비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초선과 왕소군, 서시는 양귀비와 다르게 나라를 위해 희생당하여 그 죽음조차 억울한데 당현종의 눈을 흐린다하며 죽게 된 양귀비의 죽음 또한 억울하다 하겠지만 그 죽음이 세 사람의 죽음과는 역시 다르게 다가온다. 

 

한나라의 평화를 위해 장공주로 책봉되어 추운 오랑캐의 땅으로 시집을 간 왕소군, 저라촌에서 월나라를 위해 오나라에 가게 되는 서시, 경국지색의 서시를 따를 순 없었지만 저라촌에서 같이 자란 아름다운 '동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며 아름답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물론 못난 것 보다야 예쁜게 낫지만 물고기조차도 헤엄치는 것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면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긴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승자의 편에서 쓰는게 역사라 이 책의 내용중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알 수 없어 그녀들의 인생을 직접 듣고 싶어진다. 아마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만나보는 그녀들의 삶을 재미와 즐거움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닌 그녀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궁중암투, 권력 등의 재미난 소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 말이다. '경국지색', '미인계'란 말이 그들에게 얼마나 아픈 말들이었을까 생각하니 책을 읽으며 재밌다고 생각한 나를 반성하게 된다. 시대의 요부, 악녀가 아닌 한 남자의 사랑을 원했던 순수한 여인이었던 그녀들의 삶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면 그 의도가 괜찮았다. 책에 몰입하여 눈을 뗄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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