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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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광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문화대혁명 때라는 시기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의 삶은 온통 후회로 가득차 있다. ~그랬더라면, ~했다면......이렇지 않았을텐데, 라고 한숨을 쉬는 그의 후회록을 보고 있자니 내가 혈압이 올라 쓰러질 지경이다. 어쩜 이렇게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장나오를 강간하려 들어간 광셴이 아무짓도 하지 않고 나왔어도 '강간범'으로 감옥에서 8년을 있었으니 무슨 일에든지 자신감이 없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옥바라지를 한 루샤오옌에게 상처를 주고 장나오에게 가다니 정말 몹쓸 사람이 아닌가.

 

처음 자신 앞에서 치마를 벗은 샤오츠부터, 아니 자오산허가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 광셴의 인생은 험난해진다. 물론 자신의 입때문에 벌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말조심하지 않고 터뜨린 그의 말들이 모두 사건으로 이어지다니, 참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게 있다면 "말조심 하자"는 것과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광셴이 감옥에 들어갔을 때 장나오에 의해 억울하게 갇혔다는 생각보다는 아버지를 고발하고 자오징둥을 죽게 만들고 어머니의 죽음에까지 관계한 그이기에 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감옥에서나마 별일 없이 지내면 좋을텐데, 말도 되지 않는 탈옥을 결행하고 탈옥하려는 리다파오를 팔아 형량을 감형하는 그를 보며 이젠 동정심조차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파란만장하게 살아간 그의 인생이 화려하게 피어났다면 좋았을텐데, 돈 많은 자본가가 되었어도 인생이 평탄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자에게 음료수 한잔 사줄 수 있는 여유도 없는 그의 형편을 보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문화대혁명시 빼앗겼던 집을 되찾게 된 광셴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을 쥐었건만 왜 이렇게 망가져 버린 것일까. 사람들은 모두 광셴의 입때문에 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일을 행한 당사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분명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을 광셴이 폭로하여 큰 사건이 되긴 하지만 모든 사건의 발단이 광셴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도 답답하게 만든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광셴의 이야기는 중국의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어머니가 죽기 전 돌봐오던 동생을 어디에 보냈는지 이것이 미스터리한 일인데, 오른쪽 손바닥에 점이 있는 사람은 모두 여동생으로 생각하여 평생을 여자 가까이에 가지 못하는 광셴의 마음은 어리석다기보다 순수하게 느껴진다. 자오산허의 유혹도 물리친 광셴이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자랑스럽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광셴이다"라고 무릎을 치게 되지만 여자문제로 사건이 끊일 날이 없었던 그가 이후에는 또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진다. 이제는 별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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