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블링 - 쇼핑보다 반짝이는 청담동 연애이야기
정수현 지음 / 링거스그룹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블링블링", 계속 주문을 외우면 나도 그녀들처럼 화려하고 멋지게 살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블링블링" 주문은 정시현, 신지은, 윤서정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읽기 전 어떤 책인지 몇 장 넘겨봤을 때, 순간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분명 칙릿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칸을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곳곳에 붉은 글씨까지 보여 잠깐 엉뚱한 생각에 빠졌다.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진 정시현, 서른 살을 코 앞에 둔 그녀는 사랑하는 건우에게 프로포즈 받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헤어지자며 영국으로 훌쩍 떠나버린 건우를 보며 사랑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세 명 중 그래도 정서적으로 가장 평범한 정시현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첫 눈에 마음에 들면 밤을 보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서정과 지은을 보며 그녀들의 모습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건우가 떠난 후 시현에게 나타난 이정민의 존재까지, 세 명의 연애사는 정말 화려하다. 홍콩에 가서 만난 남자들과 한국에 와서까지 인연을 맺는 것을 보며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고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지은 남편의 불륜 상대를 보게 되고, 서정이 만나는 남자가 게이라는 것까지 알게 된 시현이 친구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애쓰는 모습 역시 책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멋진 남자를 데려오자는 그녀들의 계획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다. 과연 가장 멋진 애인은 누가 데려 올 것인가. 내가 봤을 때 시현이가 만나는 정민이 참 괜찮은 것 같은데, 결과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크리스마스 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일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게 되고 아무일 없이 지나간다 해도 그 마음 덕분에 하루는 참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서른 살이 되는 그녀들이 맞이 할 크리스마스는 좀 특별하길 바라는 마음, 이해가 된다. 나 또한 그 시기에 얼마나 우울했었는지 모른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서른 살이 되는게 뭐 어때서, 하지만 그 때는 마음이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말이다.

 

시현을 사모하여 선물을 계속 보내는 '그', 이 사람이 스토커로 변신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중에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인데, 이 내용은 넣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가지쯤은 평범한 내용도 있어야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독자들의 마음 또한 '사랑'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대하게 될텐데, 이런 환상적인 사랑의 모습만 그려내면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들의 마음은 무너질 수 밖에 없지 않나. 냉정하게 이야기 하는지 모르지만 1년 뒤 크리스마스 때도 같은 상대를 데리고 모일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녀들의 마음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계약결혼까지 하고 이혼 한 지은이가 지금 만나는 상대가 새아버지의 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화려하게 치장한 그녀들의 모습에 가려 '사랑'이 빛을 보지 못한게 안타깝다. 좀 더 내게 와 닿는 내용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