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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특별판 ㅣ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트와일라잇'에 열광하고 관심을 가질 때 나는 이 책은 물론 영화가 개봉하는지도 몰랐었다. 뱀파이어 이야기는 워낙 많이 다루는 소재이다 보니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이 그렇게 대단할까, 썩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에드워드의 숨결이 벨라에게 닿을 때, 벨라의 체취를 맡으며 그녀 가까이에 다가가고 싶은 자신을 절제하는 에드워드를 보면서 나의 가슴은 두근두근 진정되지 않았다. 벨라의 목에 입술을 대는 에드워드, 사실 이 장면이 가슴 떨리는 이유 중에는 그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송곳니를 그녀의 목에 찔러 넣지 않을까 긴장하게 되는데, 설마 에드워드가 그녀를 죽이게 될까 자문해 보면 쉽게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만 그래도 떨리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사건이 빠르게 진행 되겠지만 책은 일단 벨라가 에드워드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서로에게 다가가고 친숙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조금 지루하게 펼쳐진다. 다가가 서로를 만지고 키스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 반복적으로 묘사되다 보니 중반쯤엔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트와일라잇'에서 이미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게 될지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되지만 작가의 손안에서 이 두 사람이 세상이 생각하는 결말과 다르게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에드워드와 영원히 함께 하기 원하는 벨라와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에드워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에드워드가 벨라의 곁에 있는 것이 이제는 긴장감을 주지도 않을 즈음 긴장감을 고조시킬 사건이 하나 일어나는데, 뱀파이어중 하나인 '추적자 제임스'가 등장한다. '트와일라잇'의 책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제야 그동안 가슴을 죄어 오던 긴장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트와일라잇'에서 최고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뱀파이어와 사랑을 한다는 설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이 사랑은 예견 되었고 운명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해서 오히려 인간인 벨라가 컬렌 부부의 가족들 속에 있는 것이 더 이질적으로 다가올 정도라 인간을 살육 대상으로 삼는 뱀파이어의 등장으로 인간 벨라의 위험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 제임스의 등장을 어떻게 그렸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의 예고편을 보니 책과 거의 유사한 것 같다. 단지 책에서는 이 제임스의 등장이 사실 좀 뜬금없이 느껴지는데 뒤에 가서야 왜 제임스가 벨라를 노렸는지, 에드워드와 대결하기 원했는지 알게 되어 그 의문이 해결된다. 제임스와 에드워드의 싸움을 영화에서는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심도 있게 그려냈다면 책은 피식~ 바람이 빠질 정도로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저 몇 마디의 말로 이 싸움의 결말을 이야기하고 넘어가니 역시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보다.
인간들속에 섞여 살아가는 컬렌 부부 가족들, 나이를 먹지 않는 이들이 한 곳에서 정착해 살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알기에 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엮어 나갈지 궁금하다. '뉴문'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도 이 위험한 사랑에 바짝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