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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내가 누군지 알아봐줘서...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머리에 있는지, 가슴에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평생을 실체가 없는 '사랑'을 쫓으며 사는 우리들은, 꼭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친구사이의 우정, 가족간의 사랑 등 어떤 이름으로 붙여지든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되기에 우리는 평생을 이 '사랑'을 잡기 위해 살아가는 조금은 애처로운 인생들인 것 같다.
결혼한 나에게도 이 책이 필요한가 잠시 고민해 봤는데 열정적인 사랑이 이제는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우리 부부에게 더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왜 난 이렇게 안해 줬느냐?"며 남편을 타박하며 잔소리를 했지만 이는, 이제는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나온 행동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이 책을 주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서 어쩌면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마음을 접는다. 드라마처럼 짧게 이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더 상처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나는 친구가 집에 온다면 오히려 이 책을 감추어 버려야겠다 다짐해 본다.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상처가 생길테니까.
책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랑'에 대한 언어들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여자,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을 키워가는 한 남자,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점점 다가가는 것을 보며 관객인 나도 마음속에 행복이 쌓여간다. 메모하고 싶은 아름다운 글들이 많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그렇게 좋았던 글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아쉬운데, 모든 것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단 하나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이 힘든 것처럼 읽는 동안 마음에 담겼던 사랑에 대한 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나 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화들은 솔직히 현실감이 없었다.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여자를 보면서 이제는 옛 사랑에 놓여날때도 되지 않았냐, 고 말해주고 싶고 새로운 사랑에 다가서면서도 불안해 하고 남자의 모든 행동에 이별의 증후를 찾으려 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병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그 상황들에 공감은 한다. 저자가 '사랑'에 대해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자 상황 설정을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역시 불편하다. 삶 속에 그려진 '사랑', 이것이 현실감있게 느껴지므로 이렇게 '사랑'이 전부인양 그려진 두 사람을 보면서 아름답긴 하지만 밥도 안먹고 사랑만 하는 사람들을 보는 듯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넌 이미 소울메이트를 만났기 때문에 그러냐?"고 묻지 마라.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가 맞춰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므로, 상대에게 내가 소울메이트이길 희망하지만 평생을 살아봐야 그가 소울메이트인지 알 수 잇는거 아닌가.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별을 두려워하는 책속의 그녀처럼 나 또한 내가 죽는 그날까지 이별을 두려워하며 살아갈테니 다른 이들처럼 나도 이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