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문학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제비를 기르다'의 책으로 윤대녕님을 처음 만났다.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 책의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비슷비슷한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가, 였다. 옛기억? 추억?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보내지 않은 시간들이지만 과거의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으니 '제비'에 대한 추억이 없는것만으로도 나의 기분은 우울해진다. 얼핏 기억을 떠올려보니 제비를 본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강남 갔던 제비 어쩌고 했던 말들은 벌써 옛말이 되어 버렸는지 기억속에서 가물거린다. 믿을만한 통신에 의하면 강남이 태국 어디쪽이라고 하는데 언제 한번 발걸음 할 기회가 생길런지 우리나라로 돌아올 제비들을 기다리며 목이나 빠지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단편 '제비를 기르다'를 읽은 후로는 자신이 보살펴준 제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 여인의 뒷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해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제비가 작년에 떠난 제비가 아니어도 제비가 날아들면 그동안의 그리움은 기쁨이 되어 버리고 떼지어 날아드는 제비를 바라보며 가슴이 뚫리는 시원함마저 느끼게 된다. 언제쯤을 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봄이라고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봄은 내 곁에 다가와 있고 꽃들은 피어나고 있었다. 누가 지금부터가 봄이라고 딱 그어서 알려주지도 않는데 자연은 그렇게 제 할일을 다하고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온다. 실체가 없는 그리움을 나의 마음속에 심어준 '제비를 기르다'.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지, 요모조모 인생을 버무려 놓은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마음속에 그리움만 쌓여간다. 어느새 책과 한몸이 되어 동화되어 버린다. 하지만 중반이후부터는 몰입이 잘 되지 않는데,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노곤한 삶에 대한 이야기와 작은 물건 하나에도 그리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통속적인 남녀의 이야기라 역시 감정이 머물지 않는가 보다. "탱자", "고래등", "낙타 주머니"등 저자의 여덟편의 단편들을 통해 삶과 인생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그 깊이를 헤아려 보기도 전에 시간은 흘러 흘러 나의 손아귀를 벗어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그저 남은 것이라고는 기억속에서 이제는 희미해지는 추억 뿐, 힘들고 가슴 아팠던 기억들도 훗날 돌이켜 보며 헛웃음을 날리는 여유가 생기건만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왜그리 모질게 살아내야만 했는지, 그러나 그네들의 인생을 통해 나의 삶이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빡빡한 인생의 노곤함에서 '이것도 인생이다'라고 깨닫게 되는 것을 보면 책을 읽는 동안 일평생을 산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동화되어 읽었나 보다. 나의 인생도 이렇게 그리움이 묻어나게 맛깔스럽게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나의 글재주 없음이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