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욤 뮈소의 책은 분위기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주인공 에단은 정신과 의사, 택시 운전을 하는 커티스는 운명론자이자 에단이 기묘한 일들을 겪는 모든 일을 알고 있으며 때론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는 기욤 뮈소의 책 "구해줘"에서 나오는 그레이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카르마'를 주장하는 세인트주드 병원의 의사 시노 미츠키 박사의 존재 또한 커티스처럼 이상하기만 하다. 분명 시노 미츠키는 에단이 똑같은 하루를 3일째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그런데 왜 운명은 에단에게 운명을 돌이킬 기회를 두 번이나 주었던 것일까. 총에 맞고 죽었을 때 에단의 모든 것이 끝났어야 하지 않을까. 손가락이 잘리고 총에 맞은 부위가 치료된 채 2007년 10월 31일 토요일을 두 번째 맞이하는 에단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제시를 살리고 자신을 향해 총을 쏘는 존재에 대해서도 꼭 알아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이 책을 읽으면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난다. 에단은 방송출연 후 자신의 진료실의 대기실에서 만난 제시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두 번째 맞이하는 10월 31일에는 방송조차 출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이 선택한 일의 결말 또한 바뀌고 제시의 죽음을 또 막지 못하게 된다. 커티스의 말대로 사람의 운명이란 쓰여져 있는 책처럼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 누구도 제시의 죽음을 막을 순 없는 걸까. 난 제시가 처음 나타났을 때 에단의 딸일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 옛날 약혼녀 마리사와 친구 지미의 곁을 사라진 에단의 상황을 볼 때, 제시에 대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에단에게 일어난 첫 번째날의 10월 31일이 진짜 그의 삶이고 운명이라 생각한다. 그 땐 딸을 찾지도, 옛날 버린 약혼녀 마리사와 친구 지미,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셀린에게 다가가지도 못했었다. 자신의 삶이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다시 주어진 기회로 인해 그는 운명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다. 기욤 뮈소는 에단이 운명에 도망치고 맞서 싸우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을 맞는지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에게 정해져 있는 운명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나 에단처럼 두 번의 기회가 더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에단에게 그 이후로 계속 기회를 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0월 31일을 평생 겪으며 매일 죽어야 한다면 에단의 인생은 지옥 같을 것이다. 그 기회를 두 번만 주고 끝맺음한데는 이유가 있을텐데 에단이 이제야 자신의 삶에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것을 빼앗는 행위는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에단이 바꿔놓은 운명 또한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정말 섬뜩해진다.

 

약혼녀 마리사를 두고 떠났을 때 에단은 자신의 운명을 처음 바꿔 놓았다. 그 일로 인해 돈과 명예, 명성을 얻었으나 행복하지 않은 에단에게 그가 예전에 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단 하루만에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인생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는 시간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상대의 얼굴을 보았을 때 에단은 자신을 죽인 것이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을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데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많은 후회를 했을 것이다. 뜻밖의 반전이라고 해도 좋을 이 결말은 지금까지 읽었던 기욤 뮈소의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나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역시 기욤 뮈소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긴박했던 3일. 에단에게는 같은 날의 연속이었겠지만 그로 인해 운명에 대해, 카르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