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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가슴 두근 거리는 긴장감을 느끼고 손에 땀을 쥐게 한 법정 스릴러 책을 만나본게 언제였던가. 불의에 무릎꿇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변호사 마이클 할러,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던 그가 두 건의 살인사건을 위해 가족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았으니 이전에 정의롭지 못했든, 이후에 또 불의와 타협하더라도 그 일들은 잠시 덮어두도록 하자.
나도 처음에 마이클처럼 레지나 캄포를 강간하고 죽이려한 범인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루이스 룰레를 무고한 시민으로 보았다. 여자의 직업이 창녀라는 이유를 차치하고 한번도 범죄에 연루된적이 없는 루이스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 깨어났을 때 현장에 온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루이스의 증언은 그가 결백하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부끄럽지만 작가도 독자들이 이렇듯 자신의 의도대로 속아주기를 바랬을테니 나의 무지함을 누구든 탓할 순 없을 것이다.
분명 루이스 룰레를 변호하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이것은 살해된 마사 렌테리아의 사건과도 관련이 있어 마이클은 마사 렌테리아를 죽인 살인범으로 죄가 없는 자신의 의뢰인 지저스 메넨데즈를 교도소에 수감시켰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수가 없게 되었다. 결백한 의뢰인을 교도소로 보냈다는 자책감, 늘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현실로 닥치고야 말았다. 이제 마이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사 렌테리아를 죽인 진범을 잡아 지저스 메넨데즈를 교도소에서 나오게 하는 것과 루이스 룰레를 무죄 판결을 받도록 하는 일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은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죄가 있어 잡혔지만 정당한 방법에 의해 범인을 체포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놓아줘야 하는 현실과 분명 살인을 한 범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변호사의 배심원을 겨냥한 고도의 심리전과 증거를 깨부수는 또 다른 증거 앞에서 범인은 시민들이 활보하는 거리로 유유히 빠져나가니 내가 아무리 주인공인 마이클 할러에게 마음이 기울어진다고 해도 돈이라면 무조건 범인의 편을 들어 형량을 낮추고 검사와 거래하는 그를 보는 것은 역시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마이클 할러가 루이스 룰레 사건에서 승소하기를 바라는 심리는 뭐란 말인가. 마이클 할러가 배심원을 겨냥해 레지나 캄포가 창녀로 몸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는 인상을 준 심리전에 나도 넘어간 것일까. 창녀란 직업은 나의 눈도 가려 버렸다.
피해자가 레지나 캄포이건만 오로지 이 사건의 촛점은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루이스 룰레에게 맞춰져있어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내내 떨쳐지지 않는데 이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법정안에서의 드라마틱한 지적인 두뇌싸움에 레지나는 또 한번 희생당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죄를 지었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지, 돈만 있으면 최고의 변호사를 써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현실이 짜증날 정도다. 누구를 위한 법이고 정의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다고 사회가 바뀌진 않겠지만 살인을 저지르고도 자유를 보장받는 세상에서 어찌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는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정당한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