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기에
로랑스 타르디외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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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가슴아픈 내용일줄이야. 꼭 배신당한 것처럼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는다. 사랑하다가 서로 헤어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마음의 동요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을텐데 아이의 실종, 흔적도 없이 사라진 클라라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모두 아픔과 슬픔, 그리움이 되어 버린다.

 

'주느비에브, 주느비에브' 한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애절하게 부를 수 있을까. 아이를 잃은 부부의 상황때문이겠지만 서로의 가슴을 할퀴고 상처만 남은 두 사람이 세월이 흘러 이렇듯 애절하게 서로를 부르기는 쉽지 않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느비에브는 뱅상에게 편지를 보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마지막.......'이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아니었다면 뱅상은 그녀의 편지를 외면해 버렸을 것이다. 이제는 클라라를 잃은 아픔을 꾹꾹 눌러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뱅상에게 그 아픔은 그 자리에 있을뿐 그저 고개를 외로 꼬며 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하루 하루 지나갈 수록 아이가 살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지지만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생각하며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간 주느비에브와 뱅상, 이제 주느비에브는 클라라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만나러 가게 될 시간을 오히려 기다린다. 시끌벅적한 소란스러움을 선택한 뱅상, 시골집의 조용한 공간을 선택하고 떠난 주느비에브. 이 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픔과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를 용서하며 주느비에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 할 뿐이다. 클라라를 잃고 아이를 생각하며 일기를 쓴 주느비에브는 이 글로 인해 그 시간의 아픔을 견뎌나갔고 이제는 뱅상이 그녀가 써 놓은 글을 보며 위로 받길 바란다. 아이의 사진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며 말이다.

 

몇십년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고 보면 아이를 잃은 그 때의 아픔은 찰나에 해당 되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두 사람은 망연자실, 함께 잡았던 손마저 놓아버렸다. 한 가족의 행복이 어떻게 처참하게 깨져 버는지, 그 섬뜩함에 가슴이 아파온다. 너무나 변해버린 주느비에브,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던 뱅상이지만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연다. 이젠 클라라도 이해해 주리라.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한 두 사람이 함께 하지 못해 더 가슴이 아팠던 책 "영원한 것은 없기에". 구구절절 사랑에 대해 늘어놓는 글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보여 주어 그 마음 또한 절절하게 와 닿았다.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음이 쓸쓸해지지만 화해와 용서의 길로 향한 두 사람을 보며 울적한 내 마음도 함께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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