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동화집.

꽃신 ㅣ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동화책이라고 하면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렇듯 우리나라에도 "꽃신"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책이 나와 다행이다. 역사소설인듯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책 소개를 보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글에 단편 [꽃신]에 등장하는 선예의 아버지 판서 정근수에 대해 알아 봐야겠다는 미련한 생각을 내려놓는다.

 

단편 [꽃신]을 읽으며 결국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민들레꽃을 꽂아 만들어준 짚신에 선예를 향한 달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한 마음에 눈 앞이 부옇게 변한다. 달이와 선예의 우정, 양반이면 어떻고, 천민이면 어떠하리. 동갑내기의 두 소녀가 이렇듯 마음이 통하였으니 그것으로 그만 아닌가. 세상의 잣대라는 것이 그때는 오로지 신분이니, 달이가 처음 선예를 보고 경계심을 갖고 마음이 삐뚤어진 것도 이해할 일이다. 역모에 몰린 선예의 아버지는 그 뒤에 어찌 되었을까, 달이와 선예의 우정만을 다루고 끝맺는 것이 아닌 선예가 어찌 되었는지 달이와 선예가 그 뒤에 우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단편 세 편으로 많은 것을 보여 줄 순 없었겠지만 그 시절, 없이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잘 나타낸 것 같다. 돌림병으로 부모를 잃은 달이, 어머니가 죽고 방물고리를 가지고 장돌뱅이로 살아가는 덕님이, 정약용에게 글을 배우는 큰돌이의 이야기까지, 무엇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다. 아내가 선비에게 보내준 다홍치마를 다시 선비의 큰 딸에게 전해주겠다고 나서는 큰돌이의 마음은 천지를 덮고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단편 [다홍치마]는 이렇듯 곳곳에 목숨까지 내걸 수 있는 사제간의 마음, 가족간의 사랑 등을 보여줌으로써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중간 중간에 그림을 그려 놓아 책장을 넘기며 상상할 수 있어 좋았고 짧은 단편속에 많은 교훈이 있어 책장을 덮고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은 처음이지만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꼭 맞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