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엔 뾰족하고 긴 손톱을 가진 정체불명의 한 녀석이 문을 잡고 있다. 입안의 치아까지 날카로운 것을 보니 선량한 존재로 보이진 않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책 제목인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이 안에 있는 10편의 단편들중 하나의 제목을 가져왔는데 아주 탁월하게 잘 선택한 것 같다. 벽장속에 들어 있는 식인 룸메이트, 이 괴물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해서 죗값을 치르게 하긴 힘들겠다. 사람들을 먹어치운뒤 모구를 뱉어내는 괴물을 첫 단편에 실어놓다니 처음부터 독자들의 힘을 빼는 작전일까. 각각 다른 색깔을 담고 있는 10편의 단편들로 인해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겁다. 근데 정말 즐겁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다루고 있기에 책속에서만 국한된 내용이라고 마음 편하게 읽어서는 안될 것 같다. 물론 다음 단편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만든 모든 것들이 다시 우리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볼 때면 독자들의 가슴은 서늘해지고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공포'라는 것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이것이 나의 눈 앞에 실체가 있는 존재로 나타났을 때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책을 읽으며 느끼는 공포는 책을 덮어서 외면하거나 더이상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면 사라진다. 단지 등뒤로 스멀거리며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에 섬뜩하긴 하지만 직접 대면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충격보단 약할 것이다. 나는 마음속에 어떤 공포를 심어두고 있을까. 단편 '공포인자'를 보며 포비아(공포증)에 걸렸을 때 내가 대면할 환상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고소공포증이나 유령공포증이 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며 과연 정우처럼 힘차게 발을 뗄 수 있을까, 침대 밑에서 스윽 나오는 귀신는 또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아마도 귀신이 무서워 유미처럼 불을 끄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공포는 한번 나를 덮치면 그 속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실체가 없다고 무시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다시 그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분명 살아가는 동안 내내 잔혹하게 나를 덮쳐올 것이다. 초자연 현상을 다루고 있는 단편들은 그저 애써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만 단편 '은혜'나 '얼음폭풍', '스트레스 해소법'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뉴스에서 오늘의 사건사고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온 일들이니까. 물론 혹자는 이 단편들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제일 무서운게 '사람'이더라고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이 더 큰 공포심을 심어주니 이 범주에 넣는데 무리는 없다고 본다.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들만 있다고 이 책을 읽는데 주저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나는 전설이다"와 "셀"을 읽는 듯 당신을 즐겁게 해주는 단편 '붉은 비'가 있어 10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긴장된 마음을 조금은 풀어낼 수 있으니까. 뭐 더 무섭더라고? 물론 무섭지 않으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들어갈리가 없었을테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또 다른 공포소설을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이 증상에 너무 놀라지 말기 바란다. 이 책이 우리들에게 선사한 일종의 선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