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마법에 걸려 장난감이 되어 버린 '로버'. 로버도 억울하다. 어떻게 파란색 깃털 모자를 쓴 할아버지를 마법사와 구분한단 말인가. 그런데 깃털이 있으면 마법사란다. 늘 기억해 두기 바란다. 책속 세상이 아닌 지금 현실에서 이런 모자를 쓴 사람을 만난다면 이내 잊고 말겠지만 한번 돌아보긴 하겠다. 이 모자가 참 독특하니까.
어린 강아지 '로버'가 노란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 노란색 공을 빼앗긴다면 파란색 깃털 모자를 쓴 마법사가 그 공을 들고 무엇을 고민하든 말든 로버는 화가 났을게 틀림없다. 그런데 자신의 소유인 노란공을 되찾기 위해 마법사의 바지자락을 물어뜯었기로서니 장난감으로 바꾸다니 마법사로서의 자질을 의심해 봐야겠다. 장난감으로 변해버린 덕분에 로버의 모험이 시작되지만 장난감으로 변해 다시 이 모험을 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로버가 "예"라고 대답할까? 다시 예전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해도 외면하며 쉽게 바꿔주지 않는 '아르타제르젝스'를 믿을 수 없으니 섣불리 모험에 나서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J.R.R 톨킨의 책은 "반지의 제왕"만 읽어보았는데 이마저도 영화를 보고 나선 완결편도 제대로 읽지 않고 책을 덮어 버린 기억이 있다. 그의 작품으로 두 번째 만나는 "로버랜덤"은 분명 처음 읽었던 "반지의 제왕" 같은 대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소소한 기쁨을 주고 있다. 아들 마이클이 늘 가지고 다니던 강아지 인형을 잃어버려 크게 상심하는 것을 보고 톨킨은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내 마음까지도 따뜻해져 온다.
달나라에는 화이트 드래곤이 살고 있다? 나는 토끼만 방아 찧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 거미, 목에 종을 달고 있는 양, '로버'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개. 근데 이 '로버'란 이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개에게 붙여주는 이름으로 주로 쓰였던 모양이다. 바다 강아지도 '로버'였으니까. 달 강아지 덕분에 '로버'의 이름은 '로버랜덤'이 되어 버렸는데 이 세상에 곳곳에 있는 '로버'란 이름을 가진 개들을 모아 두면 정말 어마어마 할 것 같다. 날개를 달고 달나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모험을 하는 로버랜덤, 이 곳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이 없는 것 같다. 순수한 아이들이 꿈속에서나 올 수 있는 달의 뒤편 정원, 어떤 모습일지 선명하게 그려낼 순 없지만 참 따뜻한 곳일게다.
아름다운 인어 부인과 결혼한 마법사 아르타제르젝스, 인어 부인과 결혼하다니 참 복도 많지. 마법에 걸린 로버랜덤의 일이 결국엔 프사마토스와 아르타제르젝스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려 험난한 모험을 하게 되지만 함께 하고 싶은 소년을 만나게 되어 로버랜덤은 행복하다.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라곤 하지만 그리 많이 떠돌아 다닌 것도 아니다. 장난감 크기의 작은 몸으로 이 세상 여기저기 다 돌아다니기엔 험난하고 힘들겠지만 모험이 너무 일찍 끝나 버려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쩌란 말인가. 로버랜덤이 들으면 으르렁 거리겠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주는 이 모험이 즐거워서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