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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고쿠몬토, 혹은 옥문도. 이미 이름에서 으스스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이 옥문도에는 에도 시대 삼백 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었다고 하니 이 곳에 살고 있는 그들의 자손들이 그리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 생각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가 이 곳으로 향하는 동기가 부족해 보여 책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 당할거야"라며 이 살인을 막아달라는 치마타 군의 부탁으로 옥문도로 향하는 코스케, 결국엔 살인사건을 막기 보단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범인을 찾는데 주력하게 되는데, 우연하게 이 살인사건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닌 직접 막으러 간 사람의 행동으로는 뭔가 동기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치마타 군이 죽으면 왜 세 누이동생들이 죽는다는 것일까.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은 '악마의 공놀이 노래'로 먼저 만났다. 처음부터 읽지 않은 우를 범했는데 의외로 긴다이치 코스케가 명탐정으로 등장하는 '혼징 살인사건'에 대한 언급이 많아 그의 활약을 처음부터 보지 못하는게 아쉽게 느껴진다. 역시 이번에도 낯선 지명과 이름들, 솔직히 여기에 등장하는 기토 본가와 기토 분가가 경쟁관계는 이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두 집안의 관계도가 그려지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두 집안의 경쟁이나 토착 세력간의 싸움은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경쟁관계에 있는 집안에서 살인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만드는데 이 설정은 요코미즈 세이시 책의 특징인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팔묘촌'에도 다지미 가문과 노무라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이 책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꽤나 답답하다. 드러난 증거들은 독자들이 범인이 누구일까 고민하게 할 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사건에 가장 가까이 근접해가는 코스케만이 마지막에 이르러 범인을 알고 사건을 해결하게 되니 정말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함께 있었던 이소카와 경부는 해적이 이 옥문도로 흘러들어간 것 같다며 이 사건에 합류하게 되는데 나처럼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는게 우스울 뿐이다. 나는 치마타의 동생 히토시가 범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또한 무참하게 깨져 버린다. 코스케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며 이 이론을 모두 뒤집어 엎고 제대로 사건을 해결해 버리니까. 제대로? 아니 제멋대로가 아닐까. 잘 짜여진 각본같은 느낌이다. 탐정인 코스케가 이 사건을 해결하며 유일하게 세 여자의 살인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고 있는 료넨 스님에게 확인을 받을 뿐이니 요즘 시대의 과학적인 수사기법과 달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른다. 말까지 더듬거리며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코스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가서야 범인이 밝혀졌을 때 가슴이 뚫리는 시원함을 느껴야 하나 어째서 가슴은 이렇게 계속 답답한 것인지.
세 자매를 살인한 범인들의 살인동기,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기에 아까운 목숨들이 죽어나갔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코스케가 치마타의 유지를 받들어 이 섬으로 들어간 이유에도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