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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 -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을 밝히지 않고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편지를 보내는 '찰리', 물론 이 '찰리'란 이름은 가명이다. 누구인지 알 수 없게 이 편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성별을 바꾸기도 하고 이름도 모두 바꾸어 버려 편지의 내용을 읽고 처음부터 누구인지 알 순 없지만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책 제목인 '월플라워'의 원뜻은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여성'이지만 여기에서는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책 표지에 "금서로 지정된 충격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이미 텔레비전과 책을 통해 흔하게 들어온 이야기들이라 사실 그리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친구 마이클의 죽음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버린 찰리, 뒤에 언급되지만 마이클의 죽음은 헬렌 이모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헬렌 이모에 대한 이야기만은 주변 이야기만 할 뿐 어떻게 죽었는지 그 이야기만은 피하고 나중에서야 하게 되는데 왜 찰리가 이모의 죽음에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12월 24일에 태어난 자신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선물로 늘 선물 두 개를 준비해준 헬렌 이모는 찰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이모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죄책감에 늘 괴로워한 찰리,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브래드와 패트릭의 동성애, 크레이그를 사랑하는 샘을 바라보는 찰리. 샘을 사랑하면서도 메리 엘리자베스와 관계하는 찰리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파티에서 LSD(마약의 일종)약 사용은 당연한 일이고 임신, 섹스, 근친애 등 찰리가 솔직하게 쓰는 편지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들은 한숨만 나오게 한다. 찰리의 편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오로지 편지를 쓰는 사람인 찰리의 상황만 알 수 있을 뿐 편지를 받는 당사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물론 찰리는 오히려 이런 익명성때문에 마음을 털어 놓고 솔직한 편지를 쓰게 되지만 이런 그의 행동은 무너지는 자신을 잡으려는 약한 저항의 한 형태로 여겨지기도 한다. "친구에게"라며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밝히지 않고 마음을 보여줄 사람도 없으니까.
금서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그들이 겪은 일들이고 청소년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은 사람도 있을테고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쉬쉬하고 있을뿐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통, 주변인으로 늘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유쾌하고 아름다운 성장소설을 읽다가 이렇듯 암울한 성장소설을 읽으니 기분이 우울해지고 나와 그들을 비교하며 위안을 얻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늙어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마음이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