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다.

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나는 태어나서 지금 나이까지 살아가는 동안 내 국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태어나면서 부모님에 의해 갖게된 국적, 이것으로 인한 차별은 받지 않아 그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다.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해방이 되고 북조선, 남조선을 선택해야 했을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인가. 일본에서 다른 국적을 가지고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알지만 자식들에게 되물림 될 일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이 책의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 조선인으로 "GO"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와이에 가고 싶은 스기하라의 부모님들이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꾸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지금이야 금강산 여행이다, 공연이다 해서 북한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만 나에게는 북한에 가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데 하물며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문제인데 돈으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다니, 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 사쿠라이에게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고 말했을 때 사쿠라이가 스기하라에게 보인 반응은 정말 스기하라의 피가 더럽기라도 하다는 듯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외국에 나갔다 돌아올때조차 재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대해, 차별 받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당연하게 얻은 국적, 태어난 곳에서 같은 민족과 함께 살아가며 국적으로 차별받은 적이 없어 스기하라가 받는 차별에 대해 오롯이 이해할 순 없지만 장래를 생각할때조차 한정된 공간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그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늘 도전해오는 상대와 싸움을 해야하는 스기하라. 재떨이로 상대를 내려치는 그에게 누가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때려야 하는 그의 처지가 애처로울 뿐이다. 그나저나 사고를 일으키는 스기하라를 아주 죽일듯이 패는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어떻게 "이러면 죽습니다"라는 말을 경찰이 할 정도로 그렇게 모질게 팰 수 있는지, 다행히 경찰들이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질려버려 스기하라를 보내주긴 하지만 스기하라가 이런 아버지를 쓰러뜨리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와이에 가기 위해 국적을 바꾸었다고 생각한 부모님들의 깊은 뜻을 스기하라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식을 위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조차 끊은 아버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어깨가 축 쳐져있는 아버지를 보며 스기하라는 죽은 정일의 몫까지 살아내고자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