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톤 수녀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파견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3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3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이번엔 왜 "파견의사"라고 책 제목을 지었을까. 알 수가 없다. 이번 "파견의사"에서는 한센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고 그들의 죽음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법의관인 마우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간간이 리졸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앞서 읽었던 '외과의사'와 '견습의사'의 분위기와 다르게 느껴진다. 물론 사건을 지휘하는 것은 리졸리이기에 각각의 공간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들을 풀어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질감을 느끼게 하진 않는다.

 

수녀원에서 두 명의 수녀가 당한다. 카밀 수녀가 죽고 우르술라는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목숨은 구한다. 폐쇄된 수녀원에 있는 두 사람을 누가, 왜 죽이려고 한 것일까. 마우라가 카밀 수녀를 부검하여 그녀가 얼마전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아이의 아버지가 살인자일지 모르기에 수사는 활기를 띠게 된다. 수녀원에서는 수녀가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수녀 원장은 "기적을 믿지 않느냐?"며 종교적으로 이 일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나는 마우라나 리졸리처럼 아기의 아버지는 분명 존재한다고 믿기에 이런 상황에서 수녀원장이 하는 이야기가 어이없게 다가온다. 물론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기적을 보면 세상엔 분명 기적이 있다고 믿지만 말이다.

 

또 다른 사건인 얼굴이 없는 생쥐여인의 죽음, 분명 한센병을 앓았었고 그 병을 감추기 위해 얼굴 피부를 뜯어가고 손과 발을 잘라갔다. 왜? 수녀원에서의 사건과 분명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사건을 파헤칠 수록 거대한 기업의 더러운 음모가 밝혀지고 수녀원 살인사건과 이 생쥐여인의 죽음 또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게 된다. 이 사건 또한 "견습의사"에서와 마찬가지로 FBI의 딘이 맡게 되고 리졸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지만 "견습의사"에 이어 '사랑'에 익숙치 않은 리졸리는 딘에게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피하려 하고 다가오는 딘에게 냉정하게 대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에 먹구름이 끼는 듯 하다. 하지만 결국 리졸리가 토머스 무어처럼 딘과 함께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인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의문인데 저자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토머스 무어를 내세워도 될텐데 유독 여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무엇일까. 리졸리 못지 않게 마우라도 전남편때문에 감정에 혼란을 겪고 법의관과 경찰의 신분으로 일반인이 보기에 냉철한 직업을 가진 그녀들이 너무도 쉽게 감정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가깝게 느껴진다기 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사건의 현장에서 냉철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질까봐 읽는동안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토머스 무어를 내세워 리졸리와 함께 짝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나 보다.

 

우르술라 수녀가 병원에서 깨어나고 심장발작을 일으켰을 때 독자라면 누구나 그 원인이 담당 의사 서트클리프에게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이번 사건에 일조를 했을뿐 범인이 아니기에 모든 사건이 수면에 떠올랐을 때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궁금하게 된다. 한 마을을 파괴한 기업의 행태, 물론 산업재해라고 하지만 분명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있을텐데 그저 조용히 사건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명확하게 끝맺음을 하지 않고 오히려 리졸리와 마우라의 사랑 이야기에만 명확한 결론을 내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