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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메스를 쥐고 있는 두 손, 표지에 손을 대는 것조차 두렵게 만든다. 표지를 좀 더 밝게, 그러나 더 섬뜩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어둡게 처리해서 예쁜 표지를 보고 사는 독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 같다. 이번 "견습의사"에서는 "외과의사"의 내용이 이어진다. '외과의사'로 불리던 워런 호이트가 감옥에 갇히고 부유층 부부를 대상으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리졸리는 잘 개켜진 잠옷을 보고 여기까지 '외과의사'의 힘이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어 두려움을 느낀다. 역시 무더운 여름, 연쇄살인 사건의 서막이 오른다.
"견습의사"의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중에 "외과의사"에서 범인으로 등장한 워런 호이트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데 나는 "외과의사"를 읽다가 잠시 "견습의사"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호기심에 봤다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왜 범인의 이름을 적어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리 본 독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진 못할테지.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든다.
"견습의사"는 "외과의사"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외과의사"에서는 살인자의 손아귀에서 겨우 벗어난 생존자 캐서린 코델을 노리는 '외과의사'를 다루고 있다면 "견습의사"에서는 캐서린을 구하려다 워런 호이트에게 죽임을 당할뻔한 리졸리를 노리는 워런 호이트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며 캐서린 가까이 다가간 리졸리의 동료 경찰 토머스 무어가 캐서린을 사랑하게 되어 두 사람은 결혼을 함으로써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 그럼 "견습의사"에서는? 물론 여기에서도 FBI요원 딘과 리졸리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렇게 똑같은 전개로인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워런 호이트가 어떻게 될지, 또 다른 살인자인 '지배로'로 칭하는 '그'는 누구인지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져서 긴장감을 높인다.
누가 이 살인사건의 스승이고 "견습의사"인지 알 수 없지만 워런 호이트와 짝을 이루어 살인을 하는 '그'로 인해 워런 호이트는 완전한 살인자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을 봐 주는 워런 호이트가 있어 부부만을 노리는 살인만이 아닌 이제는 홀로 있는 여자들을 노릴 수도 있게 되었다. 워런 호이트와 함께 살인을 저지르는 '그'는 누구인가. 감옥에 있는 호이트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FBI가 쫓는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군에 관련된 사람이기때문에 리졸리가 이 사람을 잡는다 해도 그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아 독자들도 범인의 가명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리졸리와 워런 호이트의 싸움. 솔직히 리졸리가 캐서린처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범인에게 잡혀서 두 손이 메스에 의해 땅에 박히고 목이 그이는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범인을 잡아 감옥에 넣은 리졸리가 캐서린과 똑같은 심리상태와 두려움으로 인해 자기방어를 하게 되다니, 처음 읽은 책 "외과의사"에서 남자들과 경쟁해야하는 리졸리의 상황을 그려낸 것이 아마 "견습의사"에서 워런 호이트의 표적이 되게 하는데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나 보다.
범인들이 리졸리를 납치하고 리졸리가 범인들을 처리하는 장면도 너무 긴장감이 떨어져서 납치되어 트렁크에 갇힌 리졸리가 범인들을 손쉽게 제압하는 상황은 너무 시시해서 서운할 지경이다. 워런 호이트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아주 끔찍하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걸까. 지금도 여전히 워런 호이트는 자신을 대신 할 살인자들을 양성중일 것이다. 죽이지 않고 살려둠으로써 "외과의사'시리즈로 또 탄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 모르지만 색다른 전재,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하여 독자들이 지루해지지 않게 해 주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