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2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악귀들에게 조종당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데 산사람의 몸을 빼앗는 사령자에게 영혼을 강탈당하다니 이젠 귀사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귀사리 옆동네에 있는 무풍면도 이승과 저승이 겹친 공간(중음)이 되어간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내 영혼이 있는 육신을 빼앗기다니, 육신을 빼앗긴 영혼들도 세상을 떠돌며 악귀가 되어갈텐데 이제 이승 어디에서도 평온을 찾을 곳은 없단 말인가.

 

더이상 카페 '레테'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찬수를 늘 괴롭혀 온 폐결핵으로 죽은 할아버지의 혼이 나타나 찬수의 몸을 노린다. 천륜, 인륜을 따지기엔 세상을 떠돌던 악귀들의 힘이 커지고 따뜻한 육신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마음을 막을 수가 없다. 저승에서 넘어온 요괴, 악귀를 상대하기도 선일, 박영감, 공표, 용만은 힘이 들텐데 찬수나 수정에게 다가온 숙희의 존재까지. 숙희는 '이모'라고 부르는 악귀와 함께 살아간다. 원래는 고아원 지박령이었는데 무당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수호령으로 늘 함께 한다. 찬수를 오래전부터 좋아해 온 숙희는 수정도 찬수에게 접근할 수단에 불과할 뿐 그래서 퇴마사 일행들에겐 오히려 숙희가 앞으로 무시 못할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게 될 것 같다. 이미 '귀신전 1'에서 악귀에서 몸을 의탁했을 때 편안함을 느낀 숙희였기에 쉽게 악귀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릴 것이다. 숙희의 찬수에 대한 집착도 무섭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여인의 한.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온다.

 

무풍면에서 퇴마사들은 사령자들에 맞서 싸우는 것도 버겁다. 구마사제인 남승수 신부가 여기에 합류한다. 이제는 악에 맞설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야 할 시기에 이르러 오히려 이승의 모든 공간이 저승이 될까 두려울 지경이다. 3권으로 마무리 되는 '귀신전 3'에 가서야 요괴들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의 힘을 가진 요괴라면 박 영감, 선일, 용만, 수정, 공표중 누구 하나 죽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요괴들의 힘이 팽창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끔찍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힘이 없는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귀신전 2'에서는 아이를 가진 여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더 마음이 아프다.

 

세계의 귀신들을 다 만나보진 못했지만 역시 한국 귀신들이 무섭다. 아마 글로 그 형상을 묘사했을 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공포심을 더 느끼게 할 것이다. 머리 풀고 소복 입고 긴 손톱을 내세우며 피를 뚝뚝 흘리고 나오는 귀신은 이제 무섭지가 않다. '까만 눈구멍'이 나의 눈 앞에 있는 듯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이 '까만 눈구먼'에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대체 너는 어디까지 갈 속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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