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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 1 - 물의 도시로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16년만에 재출간 되었다. 이미 이 책의 명성은 들어 알고 있었고 그 전에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저자 오세영의 책을 먼저 만났기에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무역에 관련한 단어들이나 세계역사에 무지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유승업, 안토니오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 도저히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 안토니오는 몇 번의 큰 모험을 하게 된다. 물론 임진왜란때 포로가 되어 베니스에 오게 된 여정이 자신의 인생에서는 아찔하고 가장 큰 위험한 모험이겠지만 송상의 후예인 안토니오는 이 곳 베니스에서 조선사람으로선 처음으로 델 로치 캄파넬라 상사의 총지배인으로 우뚝서게 된다. 거기다 자신의 공을 기념하는 뜻에서 회사의 이름이 "코레아 캄파넬라 상사"로 바뀌게 되니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나는 올림픽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벅차오르고 감격하여 눈물 흘리던 감동을 안토니오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조선인, "사라미"라며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던 포로 신분의 그가 이 곳에서 "조선"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으니 지금 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유명훈이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를 보고 얼마나 놀랬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먼저 읽었지만 이 책 '베니스의 개성상인'에 등장하는 델 로치 캄파넬라의 대표 조르지오가 인쇄소에 투자하기 위해 조선소에 자금을 대고자 하는 안토니오와 대결을 하는 것을 보며 '구텐베르크의 조선'이 이 책의 속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정확히는 '구텐베르크의 조선'이 시대적으로 앞서 있긴 하지만 조르지오를 통해 인쇄소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기에 본격적으로 활자 인쇄술에 대해 다뤄지는 '구텐베르크의 조선'이 내용면에서 속편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조선'에서는 석주원이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는 안토니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석주원도 몇 번의 모험을 하게 되지만 주위의 여건상 배포가 크기도 했지만 운이 많이 따랐다고 한다면 안토니오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그 사람의 미래까지 예견하여 도움이 되는 장사를 함으로써 총지배인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무풍지대인 '말의 바다'로 들어서 항해기간을 일주일 단축시키고 연지벌레를 모두 살려내어 큰 이문을 남기며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놓으며 신념을 가지고 모험을 하기에 책에 오롯이 몰입하며 함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안토니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떠오르는 문장이다. 천재지변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교황청의 파문, 유리를 납품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나폴리 왕립공작소를 내세워 아카데미아 델 치멘토와의 공개입찰에서 승리하여 이 일을 성사시키지 않았던가. 공개입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물론 안토니오가 승리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 입찰을 받게 될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명이의 산소를 누가 돌보고 있을지 늘 고향을 잊지 못하는 안토니오, 끝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지만 베니스에서 그가 남긴 발자취는 후손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유명훈의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등장하여 안토니오의 이야기의 맥을 끊기는 했지만 안토니오의 후손이 맥을 잇는다는 설정으로 안토니오의 마음까지 지금 이 시대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안토니오, 그가 있다면 가슴이 벅차올라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겠지만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냐고" 그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다. 상사원으로 자신의 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위험을 느끼며 끊임없이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갔을 안토니오. 그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서 어느 정도의 사실을 담고 있을진 모르지만 유명훈을 통해 후세에까지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고향땅을 밟지 못한 서러움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