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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비 오는 날 우산을 펼치고 걸을 때면 온 세상에 홀로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땅을 보고 걷다 보면 타인의 발끝만을 바라보게 되는 세상, 그 곳에서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것이다. '마음속 우산을 펼치다'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하지 않은 그들이 일상을 떨쳐버리고 인도, 네팔을 여행하는 것을 보며 부럽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를 수십가지는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의 상황을 보며 나는 그저 내 인생에서 비겁자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비행기를 타기 전 핸드폰을 놔 두고 용감하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그녀, 하루라도 핸드폰이 없으면 갑갑하고 불안해져서 살 수 없을텐데 핸드폰과 연결된 인연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홀로서기의 시작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할까.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신의 상황이 더 잘 보이는 세상으로 떠남으로써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일 것이다. 물론 일상의 지루함을 떨쳐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어 떠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실을 버리고 훌쩍 떠나지도 못하는 용기 없는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부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고 싶은 욕망때문이다.
책을 통해 만족감을 느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물론 간접적으로 발자취를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만족감을 줄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산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이 길을 인생에 비유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여행지에까지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오히려 나는 갑갑함을 느꼈다. 인도에서 거지를 보며,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동안 손 안에서 버리지 못한 욕심을 생각하며 사색에 잠기는 그녀를 보노라면 자신을 버리기 위한 여행이 아닌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책이 중간을 넘어서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준다. 이때부터가 진짜 여행같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것으로인해 나는 현실을 잠깐 잊을 수 있었으니까. 여행을 하면 사진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속에 가둬두는 것, 그 시간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남긴다. 어딜가나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sam. 평생 처음 사진을 찍는다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앞에 나의 마음이 울컥하고 말았다. 거창한게 아닌 이 작은 사진 한장이 사람들에게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다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사슴 고기를 비싸게 사 달라는 아이를 떼어버릴 생각만 했던 그녀와 다르게 남편 sam은 비싸서 사줄 상황이 아니라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말을 하고 이것으로 아이에게 조그만 행복을 선사하게 된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는 이 비싼 사슴 고기를 사진 받은 선물로 선뜻 내미는 아이의 눈망울이 먼 곳에 있지만 나의 마음까지 울려 버린다.
이 책속에 많이 등장하는 사진들, 어떤 상황에서 찍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밑에 적어 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이 부부가 보았던 세상을 사진속에서나마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사진은 무엇을 담은 것인지 짧은 설명이 없어 여행의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이 여행이 부부가 함께 한 첫 여행이었을까? 또 다른 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겠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라는 곳에서 봉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일상속에 녹아들어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이 세상엔 다른이들이 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나의 일처럼 묵묵히 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로 인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