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 시절 이야기이기도 하고 권상우 역을 맡았던 현수는 '동순', 이정진 역의 우식은 '영민', 한가인 역의 은주가 '소림'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머저리 클럽을 대표하는 사람이 영민이긴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우식처럼 폭력적이진 않다. 떼지어 덤비는 아이들에게 코피 터지도록 맞지만 비겁하다며 일대 일 도전장을 내밀정도의 근성을 가지고 있는 멋진 녀석이다. 검정색 가방에 교복과 모자까지 쓴 이 시절엔 빵집에서 빵을 시켜놓고 마주 앉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자주 볼 수 있지만 빵집에는 미성년자들이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이라도 보면 몇 시간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규칙 위반에 해당된다. 아마 남녀가 만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어 그렇겠지만 빵집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니, 여기에서 나는 세대차이를 느끼게 된다. 예전 '국민학교'를 졸업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국민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라고 말할 때면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 낯 간지러워서 세대차이에 대해 말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나는 '머저리 클럽'이 활개를 치고 다니던 그 시절이 부럽다. '머저리 클럽'과 '샛별 클럽'과의 만남, 정기적으로 만나 독서토론을 하지만 역시나 초등학교를 졸업한이래 여자와는 말도 나눠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은 참 순수하게 다가온다. 공부를 함께 하고 건전한 교제를 하는 아이들, "미지의 여인에게"란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동순의 모습까지,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며 시 한수 읊으며 개똥철학을 논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덩달아 나도 옛 기억을 추억하며 손글씨로 편지를 주고 받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요즘엔 핸드폰을 안가진 사람들이 없어 언제든 원할때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가끔 소식 한 줄 전해주는 친구의 편지를 받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는데 옛 일을 추억하는 나를 보며 '나도 늙는구나'란 생각에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먹을 것을 잔뜩 먹고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머저리 클럽'의 아이들, 한 여자를 두고 경쟁을 한 동순과 영민, 물론 동순이가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뒤에 몰래 만나 온 영민과 소림이가 괘씸하긴 하지만 뒤에 동순도 정말 좋아하는 승혜를 만나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가끔 동순의 언저리를 맴도는 소림이가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처음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동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싶다. 동년배이지만 샛별 클럽과 머저리 클럽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여 높임말을 쓴다. 꼭 어른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속에서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웃음이 나지만 이런 모습이 어찌나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이는지 이 우정 변치 말고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고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군대를 가고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가지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까지 정해진 순서에 의해 살아가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며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져 오지 않을까. 라디오를 들으며 좋아하는 여학생을 생각하는 이마에 여드름 투성이의 아이들이 어느 새 어른이 되어 어깨에 한 가득 짐을 올려둔 채 세상을 살아갈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씁쓸하지만 그런 것이 인생이니, 때론 이것을 행복이라 부르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