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서라벌 사람들"을 읽어보면 분명 역사속의 인물들인데 신화속에서나 존재하는 듯 등장인물들에게 현실감을 느낄 수가 없다. '지증, 연제태후를 가마에 태울때면 열여섯 장정이 힘을 써도 눈알이 벌겋게 부풀어 오를정도로 몸이 육중하다'고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열여섯 장정이 들어도 힘이 들 정도였다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첫 단편 [연제태후]에서는 중국의 복색을 따라하는 사람들을 꾸짖고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연제태후에 맞서 불가의 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청하는 이차돈이 처형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젖빛 피를 흘리고 죽은 사람, 아마 내가 이차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이것이 다일 것이다.

 

하늘의 제를 올릴 때 교합제를 올리는 성스러운 핏줄을 타고난 자들, 정말 낯뜨겁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잠깐 책을 펼치고 읽을 때면 역시 이 장면에 이르러서 고개를 드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교합'이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등장하는 책을 접하고 보니 예전에는 '성'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신라시대 하면 '삼국통일', '화랑'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어린 소년을 좋아하는 화랑들을 보면 너무 화랑에 대해 문란하게 그려 어리둥절하다. 작가의 손에 의해 역사들이 재탄생된 느낌이 드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단편 [혜성가]를 보면 혜성이 나타나 나라가 위기에 빠질까 염려되어 신궁 제주에 의해 교합제를 치르지만 왕실에서 큰 상을 받는 것은 융천사인 불가의 사찰이니 이젠 나라에서조차 교합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전통은 사라져가고 중국에서 들어온 종교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보면 씁쓸해진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는 기분은 마음속에 바람이 부는 듯 쓸쓸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5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 탁탁 끊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것일까.

 

독서토론회에서 본 저자 심윤경님은 이 책을 내기까지 삼국유사를 종이가 너덜거릴 정도로 읽어보았다 했다. 말도 안되는 역사이야기를 쓴 것이 아닌 많은 시간 자료를 찾아보고 기록한 책이란 것이다. 이 책을 읽기전 저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까.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들이 길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쉽고 재밌게 그려진 '서라벌 사람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누구에게나 터 놓고 물어볼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져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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