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무벰베"를 찾아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으로 떠난 와세다 대학 탐험부.

'와세다 1.5평 청춘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오는 다카노가 드디어 '무벰베'를 찾아 떠났다. 사실 한참전에 다녀온 일을 책으로 엮은 것이지만 텔레호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였을 탐험부 사람들의 모습이 현재의 일인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전에 읽은 책들을 통해 '무벰베'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그가 언제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떠난 이야기를 들려줄까 내내 기다려온 참이라 첫 장을 넘기기 전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벰베가 있을까, 없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목이 긴 브론토사우루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을 보면 환상속의 괴물 같기도 하고 큰 나뭇잎을 잘못 보고 무벰베라고 우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나 같으면 그런 괴물을 다수가 목격했다고 해도 아프리카 밀림속으로 갈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역시 젊음 외에 열정도 있어야 이런 모험도 할 수 있는가 보다.

 

원숭이나 고릴라, 도마뱀 등을 사냥해서 해체하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한 다카노는 이제 그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 설마 그정도로 밀림에 동화되었는지, 야생에서 오래 있다보니 사람이 변했는지 솔직히 조금 무섭다. 고릴라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겨 먹지 않는 종족도 있다는데 배 위에 누워있는 고릴라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저자의 생생한 증언으로 마음까지 불편해진다. '해체작업', 사냥감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짐작이 간다. 오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것 저것 가리지 못하고 먹어야 했겠지만 이러다 인간을 해체하고 먹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질까 걱정이다.

 

24시간 감시체제로 텔레호를 지켜보는 탐험부 사람들. 그러나 역시 나타나지 않는 무벰베를 기다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말라리아로 생명이 위독해지는 다무라, 사람들의 몸은 온갖 벌레에 물려 고름이 줄줄 흐르고 급기야 식량마저 바닥나는 지경에 이르니 이거야 말로 완전 제대로 야생을 즐기는 셈이다.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런 오지에는 마을의 촌장과 추장, 나라에서 나온 공무원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서로 힘을 과시하고 돈을 더 받아내고 식량을 빼돌리는 그들의 모습은 순박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 탐험부 사람들이 떠날 때 배웅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다카노에게 잘해준 할아범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진다.

 

무벰베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모두들 다카노를 원망하진 않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괴물이 아니라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견, 차라리 나타나지 말고 환상속에 남겨지길 원하는 사람, 이것을 기회로 다른 탐험을 떠나는 사람, 텔레호를 다녀온 후 지금까지의 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엔 다카노도 포함된다. 자신이 작가가 되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친구에게 말하듯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 냈다. 많이 팔리진 않지만 먹고 살 정도는 된다고 하니 지루한 일상에 늘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다카노의 자유로운 삶이 부러운 모양이다.

 

비온 뒤에 뜨는 무지개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벰베, 텔레호의 바닥의 수심이 깊지 않아 이 곳에 괴물이 살고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무벰베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리라 미련을 남겨두고 떠나지만 오히려 무벰베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어디쯤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엉덩이가 들썩거릴정도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 미지를 향해 손을 뻗게 만드는 이 힘이 우리들에겐 필요할테니까 말이다. 뭐, 원숭이나 도마뱀을 먹어야 한다면 거기까지 가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러고보면 그 곳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생활한 탐험부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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