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3미터
페데리코 모치아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림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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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사랑의 행복으로 오를 수 있는 높이 '하늘 위 3미터'

아, 나의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지나고 보니 그게 사랑이었는지도 알 수 없는 아련한 느낌이 들었던 그 때가 첫사랑이었을까.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서 한동안 이 문제로 고민했었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정적으로 사랑했을까. 아니 지금 이렇게 추억할 수 있을 정도의 설레임이면 된다. 가슴 뻐근한 이 느낌이면 충분하다.  

 

거리를 배회하는 폭주족 스텝과 로마 상류층 가정의 모범생 바비의 사랑은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염려하는, 방해해야 마땅한 사랑으로 비춰진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주위의 반대에도 그 사랑에 충실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지도 모르지만 사랑만 하고 싶은 이 두 사람에겐 사랑조차 쉽지가 않다. 아버지의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바비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가는 스텝, 바비도 이런 스텝의 모습을 보고 그의 무례한 행동에 어이없어 했다. 단정하지 못한 모습의 스텝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 운명적으로 이끌리는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은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독자에게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어렸을 때는 누굴 만나는지 반대하고 간섭하시는 보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지금의 설레는 감정을 버리라고 하는지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늘 싸우면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지나온 시간이었다. 지금의 난 부모님께서 지나온 세월을 걸으며 스텝과 바비의 사랑에 한발 비켜서서 바라보게 된다. 오롯이 그 사랑을 지원할 수 없는 이 마음, 아마도 마음조차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이 책은 생각보다 읽는게 쉽지가 않았다. 우리나라와 정서가 맞지 않는 것일까. 아님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 인물들 덕분에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일까. 스텝과 바비의 사랑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의 정신은 흩어지고야 만다. 솔직히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아름답고 감미롭게만 표현되는 사랑이야기에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인지 여타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 청소년과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삶이 다르긴 하지만 분명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당황스러웠다. 정녕 나의 마음때문일까.

 

지금도 이 세상엔 첫사랑의 열병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서 하는 사랑이든, 나이가 들어 하는 사랑이든 그 사랑엔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늘 힘들다. 오로지 첫사랑의 행복으로만 하늘위 3미터까지 오를 수 있을까. 아마 그 열정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설레임을 느끼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에는 하늘 위 3미터까지 오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 날의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 그 때 하는 풋풋한 첫사랑을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은 빛이 나고 세상도 달라 보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마음은 행복으로 충만하다. 스텝과 바비의 사랑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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