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3
황경신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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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이 내가 지나온 열일곱 살을 추억하게 될 것 같다. 나는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던가.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늘 마음속에는 일탈을 꿈꿔왔던 것 같다. 하지만 늘 마음 뿐, 친구들과도 오롯이 마음을 나누지 못한 시간이었다. 열일곱 살 니나의 클래식한 사랑, 솔직히 아주 현실적인 나는 시에나와 대니, 니나, 제이, 비오의 말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렴풋이 짐작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

 

시에나에게 일주일에 한번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니나. 강사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시에나'라고 부르며 언니와 동생처럼 그렇게 음악을 주제로 가까이 다가가는 두 사람. 내가 알지 못하는 전혀 낯선 음악의 세상은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시에나는 음악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무엇을 물어도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박식한 것 같다.

 

시에나, 대니, 니나, 제이, 비오. 누구 하나 나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긴 한 걸까. 이름조차 낯설기에 이들이 있는 곳이 먼 외국인가 착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제이와 비오는 니나가 붙여준 새로운 이름이지만 자신의 삶을 무엇으로든 가려버리고 숨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사과나무 사진을 찍는 제이, 그 곳에 있었던 대니. 친구라며 제이를 시에나에게 소개하는 대니를 보며 니나까지 이 네 사람은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알게 된다. 비록 제이를 시에나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 니나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시간 니나는 비오와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중이었다. 음악을 빼고서는 이 사람들을 얘기할 수가 없다. 바이올린을 가지고 훌쩍 떠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통해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달콤했던 열일곱 살의 시간? 첫키스의 아련한 느낌이 남아있는 열일곱 살? 무엇을 말하고 싶었든 나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몽환적이고 모호한 언어들을 통해 오히려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게 되어 버린다.

 

음악이 함께 하기에 클래식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열일곱 살의 풋풋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열일곱 살을 이렇게 보내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학교와 집, 학원과 도서관을 오가며 그 때의 우리들은 현실의 한 모퉁이에서조차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오롯이 공감하며 읽을 수 없어 참 안타깝다. 난 아직도 그 시절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일까. 지금도 때론 일탈을 꿈꾸지만 명확한 현실에서 내 자리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일 뿐. 먼 훗날, 이천육백 광년 뒤에 별이 되어 반짝일 사랑에 관심을 두게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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