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잘못을 하면 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하면 됐지만 지금의 난 어른이라 내가 한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을져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충고를 하고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은 점점 좁아져 바늘 끝조차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빨간 매미"에 등장하는 '이치'를 보며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 잘못을 고백하는 아이의 용기가 부러웠다.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을 하고 살아 왔던가. 내가 한 잘못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며 그렇게 세월을 보낸 것 같다. 잘못을 빌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꼭 큰 죄라도 지은 사람 같다. 깨끗하고 가장 순수한 상태로 다시 시작할 수 없음에 가슴이 아파 잠시 옛 기억에 잠겨보게 된다. "빨간 매미"에 등장하는 '이치'를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 때 함께 용서를 빌러 가자고 말해주는 엄마와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문방구 아줌마가 있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치는 이 때의 기억으로 어른이 되어 "이제 안 그럴 거지" 상냥하게 웃어주신 문방구 아줌마를 떠올리며 늘 열심히 살아갈테니까. 아이가 물건을 훔쳤다고 고백을 하면 아마 대부분의 어른들은 다른 사람이 훔친, 그 전에 없어진 것까지 변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 사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닌 행실이 나쁜 아이로 생각해 버리고 어른이라고 아이에게 모진 말을 하며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러면 이 상처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해가 될 것인가. 주눅들어 어깨도 펴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예전 맛있는게 있으면 나눠 먹던 정이 많았던 시절과 다르게 잘못을 밝히는 것조차 겁이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빨간 매미"는 국어 공책을 사러 문방구에 간 '이치'가 빨간 지우개를 보고 순간 아줌마 몰래 주머니에 넣고 오면서 겪는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는 이치의 용기있는 행동과 그것이 잘못임을 알고 고백을 하는 아들과 함께 문방구에 가서 용서를 비는 엄마, 자신의 잘못을 아는 아이에게 이제 그러지 마라는 말 뿐 다른 말을 하지 않는 문방구 아줌마. 이런 어른이 된다는게 쉽지는 않다. 훔쳤다는 죄책감에 여동생에게 화를 내고 매미의 날개를 뜯는 등 점점 나쁜 아이가 되어 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이치. 드디어 용기를 내어 고백하게 된다. 이치에게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꿈에서 빨간 매미까지 나타나게 된다. 아이가 느꼈을 불안감과 죄책감을 섬세하게 풀어 낸 "빨간 매미"는 아이의 입장이 되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나도 지나 온 어린시절,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의 마음 못지 않게 큰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