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세트 - 전6권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3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서로에게 배터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타석에 선 선수에게 신경쓰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가쿠라의 미트만 바라보고 공을 던지는 다쿠미를 가이온지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자신의 공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만 본다니, 그러니 요코테와의 연습시합에서 나가쿠라가 무너지자 서로의 배터리가 되어주어야 할 다쿠미도 함께 무너져 버린 것이 아닌가.

 

배터리는 투수와 포수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다쿠미와 나가쿠라의 거리는 18.44미터. 아주 빠른 속공을 던지는 다쿠미의 공은 요코테의 선수 천재 타자 가도와키의 승부욕을 건드린다. 천재 투수와 천재 타자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 사실 야구는 사람들이 하는 경기이고 보니 꼭 이 두 사람만의 싸움이라고 할 수 없어 닛타히가시 야구팀에서는 끊임없이 다쿠미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이것이었다. 야구부 고문인 오토무라이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서 할 수 없다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다쿠미에겐 이 말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는 다쿠미와 다쿠미의 공을 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가도와키, 동료 선수들은 모두들 가도와키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여섯권이긴 하지만 다쿠미와 나가쿠라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서로에게 어떻게 배터리가 되어주는지 보여주기에 사건들이 스피드있게 전개되지 않아 조금 지루하다. 4권부터는 그 내용도 비슷하고 요코테와의 연습시합에서 무너진 닛타히가시 야구팀이 3학년이 졸업한 후 봄에 요코테와 재경기를 하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똑같은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전국대회 4위 요코테와의 시합, 한점도 내어주지 않겠다 말한 다쿠미는 첫 시합에서 무너졌다. 이 두 팀의 경기를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다쿠미나 다른이들의 기억속에서 이 경기가 언급될뿐이라 실망감을 느꼈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이들의 시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야구부 고문인 오토무라이는 전 주장 가이온지에게 이 팀을 맡기고 요코테와의 시합을 관전한다. 나가쿠라를 타석에 세운 뒤 요시사다에게 포수의 임무를 맡겨보는 가이온지. 이소베는 이 같은 행동에 반발하고 이미 나가쿠라나 다쿠미의 마음속엔 누가 내 앞에 서든 던지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때문에 가이온지의 지시를 수용하고 연습에 임한다. 아마 나가쿠라의 미트만 바라보는 다쿠미에게 투수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이 일로 한층 더 성숙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 같다.

 

배터리 6권은 요코테와의 시합중에 끝이났다.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몇번을 다시 읽었는데 가도와키가 타석에 들어서고 다쿠미와의 승부가 어떻게 끝이났는지 알 수 없는 채 끝이 나 버렸다. 이후의 결말은 독자들에게 남긴 것이다. 두번째 요코테와의 시합 또한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전체 여섯권에서 다쿠미가 나가는 시합은 선배와 후배들이 하는 청백전과 요코테와의 시합 두번뿐이다. 요코테와의 시합보다 오히려 배터리가 되어 시합에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평가받던 청백전이 더 긴장감을 높였고 이후 요코테와의 시합은 좀 더 큰 시합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무대였던 셈이다. 여섯권에 나오는 시합이 고작 3번이라면 속도감이 얼마나 떨어졌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야구만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선배들의 린치로 야구부 활동이 중단되고 전국대회에 나가지 못한 3학년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요코테와의 시합을 주선하는 오토무라이와 가이온지. 천재 타자 가도와키를 끌어내기 위해 다쿠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어느것 하나 명확하게 결론이 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다쿠미의 동생 세하의 야구에 대한 열정, 전설속의 명감독 요조의 이야기도 함께 다루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닛타히가시 야구팀이 전국대회에서 요코테와 만나 정면승부를 겨루고 나아가 고시엔에 서는 다쿠미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면 여섯권의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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