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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주술 ㅣ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이 드뎌 완결편에 이르렀다. 브롤린과 애너벨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긴 하지만 연쇄살인범 또한 안보게 되어 다행이라 해야할까. 그렇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고 누군가는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어 이 책처럼 세상의 범죄도 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2001년 6월, 포틀랜드....라고 시작되는 프롤로그. 시드니 폴스톰 박사가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레미야 피셔를 부검하며 일어나는 일을 제일 처음 독자와 만나게 함으로써 이 책속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큰 공포를 먼저 마주보게 한다. 분명 제레미야 피셔는 부검당시 살아있었다. 꼭 내 몸이 칼에 난도질 당하는 것처럼 끔찍했다. 왜 사망선고를 받은 그가 살아있었던 것일까. 분명 브롤린이 파헤치는 사건과 관계가 있을텐데 이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지 벌써부터 두렵다. "악의 심연"에서도 처음에 등장한 이야기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이 분명 사건과 연결되었으니까.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부검한 시드니도 분명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니 1년간이나 부검을 하지 못했을테지. 그러나 시드니의 이런 경험이 브롤린을 살리게 된다. 브롤린도 똑같은 일을 당할뻔 했으니까. 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래리 샐힌드로의 동생 플레처가 죽임을 당하면서 브롤린은 거미고치에 싸인 여자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이 사건에 몸을 담게 된다. 무엇을 본 것인지 플레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브롤린의 곁에 애너벨이 함께 있길 바라는 마음에 래리는 애너벨을 브롤린의 집으로 부르게 되고 이것으로 브롤린과 애너벨은 이 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된다. 뉴욕에서 근무해야할 애너벨이 이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관할지역의 살인사건에 관여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어 조금 아쉽다.
난 역시나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범인이 흘려놓은 많은 증거들은 경찰들을 혼란시키기 위한 장치들이었고 이 책의 저자조차 범인의 이름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이라 부르며 끝까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브롤린과 애너벨은 늘 위험한 상황에도 도망치지 않고 맞서기에 죽을뻔한 위기를 몇 번 넘기게 된다. '그것'은 이때까지 브롤린이 만난 그 어떤 연쇄살인범보다 강력한 녀석이다. 스스로 연쇄살인범이 되어 그 내면에 녹아들었던 브롤린조차 범인의 윤곽을 잡는게 힘들었으니까. "이사람이다" 생각하고 덮치면 여지없이 '그것'이 깔아놓은 미끼에 걸려든다.
이번 연쇄살인범과의 싸움은 브롤린을 충분히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애너벨과 파트너로써, 사랑하는 사람으로 곁에 남아있길 요구하지 않았을까. 마음속에 있는 어둠의 색이 옅어지고 그림자 또한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아픔이 있는 두 사람이 이제 서로 함께 하며 위안을 얻는다면 나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사람들에게 독성을 가진 거미를 풀어 공포심을 주는 범인, 아직 책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눈 앞에 보인 거미때문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마도 범인이 잡히지 못했다는 것이 나에게 또 다른 공포심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범인이 잡히지 않음으로써 막심 샤탕의 이야기가 또 이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브롤린과 애너벨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러자면 또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건데 역시 이렇게 완결판을 보는게 낫겠다. 세월이 갈수록 범인은 더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존재니까. 사건이 끝나서 한숨 돌리려고 하면 새롭게 전개되는 사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당혹스러웠던 "악의 주술", 이젠 거미를 보면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범인이 원하는대로 나의 마음속에 거미에 대한 공포심이 각인되어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