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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책장에 이르렀을 때 기어이 내 마음속에 어떤 것이 울컥하며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슬픔의 덩어리였을까. 온 세상이 추격하는 남자 아오야기의 이야기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물론 처음에는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했다. 뜬금없이 총리 암살사건이 터지고 센다이에 있는 시큐리티 포드로 아주 빠른 시간에 범인을 색출해낸다. 아무리 첨단설비의 도움을 받아, 도청은 물론 카메라로 그 사람이 있는 위치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과연 경찰력이 이렇게 우수할까. 그래서 무고한 시민이 타깃이 된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사건 발생 후 20년 뒤의 이야기는 또 뭔가. 가네다 사다요시 총리를 암살한 사람으로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이는 그 때 그 폭발사건 후 총리로 취임한 에비사와 가쓰오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그럼 그 때 범인으로 지목되어 공원에서 손을 들고 나왔던 아오야기는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한 것일까. 벌써부터 마음이 심란해진다.
아오야기의 시선으로 사건의 중심에 들어가 보면 터무니없이 죄도 없는 그가 범인으로 몰렸음을 알게 된다. 아오야기가 죽였다고 보도 된 모리타는 경찰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아오야기가 케네디 암살때 범인으로 몰렸던 오즈월드처럼 똑같은 상황에 놓였음을 짐작하며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며 그를 도와준다. 모리타는 자신이 도망치면 가족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 마음자리엔 분명 억울한 누명을 쓴 아오야기가 들어차 있었다. 자신을 대신해 폭탄이 터져 죽은 모리타의 희생으로 도망가게 되지만 경찰들은 아오야기를 보면 총을 쏘며 뒤를 쫓기에 안전하게 센다이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얼마전 아이돌 스타를 구해줘 인기인이 된 아오야기, 아주 거대한 조직에서 이제 아오야기를 총리 살해범으로 내몰고 있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가 한순간에 대중이 아는 인기인이 된 것이 앞으로 운명이 바뀔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대체 누가? 그를 범인으로 만든 것일까. 경찰도 이젠 믿을 수가 없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야 한다. 시민들도 뭔가 눈치를 챈 것일까. 아오야기가 어느 새 몇몇 사람들에겐 영웅이 되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들도 그를 도와준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찰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일까. 사람들은 그를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거리에서 그를 만난다면 과연 신고하지 않았을까. 모를일이다. 매스컴에서 이렇게 범인으로 몰아간다면 범인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친다 한들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참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터지고 범인이 이미 밝혀진 상황에서 아오야기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사건의 흐름과 관계없이 잦은 플래시백으로 인해 수시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다 보니 반복적이 내용이 많아서 지루했는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후반에 갈수록 아오야기에게 도움을 주며 관련이 되기에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런데 연쇄살인범이 아오야기를 돕다가 죽는 설정은 좀 너무 어색해서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 들어간 것 같아 불편해진다.
이 책의 내용이 한편의 영화였다면 주인공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들을 멋지게 후려쳐야 하건만 힘이 없는 아오야기는 그저 당할뿐이다. 몇발 앞서 그를 몰아가는 경찰들. 그러나 역시 아오야기도 주인공이였다. 바뀐 삶속에서 그는 그 뒤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미 마지막 책장을 덮었지만 [골든 슬럼버] 음악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어떤 노래인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라면 배경음악으로 선택되지 않았을까. 행복했던 과거속의 아오야기가 등장할 때 이 음악이 흐르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거창한게 아닌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도 아오야기가 얼마나 바라던 삶이었을까. 그래서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온다.